서울은정초등학교(교장 장옥화·사진)는 “꿈을 키워 미래를 열고, 사랑을 나누는 행복 배움터”, “사랑과 칭찬을 받으며, 넓은 마음으로 꿈을 펼쳐가는 배움의 마당”을 슬로건을 내세우며 ‘착한 마음, 바른 행동, 굳센 체력’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혁신학교로 선정된 서울은정초등학교는 기존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농촌체험행사에서 벗어나 양천구 신정7동의 일원으로서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끝에 학교와 정부기관, 마을 공동체가 하나가 된 축제를 기획하게 됐다.
세계시민교육에 비추었을 때 가장 작은 단위는 마을이다. 당연히 마을 안에 학교가 있으나 실상 학교에 대한 관심은 해당 학교에 자녀가 다닐 때만 유지될 뿐, 자녀가 학교를 떠나면 자연스레 관심이 사라지게 마련이다. 더불어 학교 특유의 폐쇄성으로 지역 주민들이 학교의 시설을 이용하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장옥화 교장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교육과정과 연계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다”며 “학교가 먼저 손을 내밀어 마을과 함께 연계된 행사에 첫 발걸음을 내딛었다는 것에 큰 의의를 둔다”고 밝혔다.
학교, 마을에 문을 열다
이날 행사에는 학교와 주민사회단체, 행정기관이 협심하여 학교 운동장에 각각 부스를 마련했다. 학생들과 교직원은 물론 많은 내빈객들이 축제를 즐기러 왔다. 장옥화 교장은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 달리 육교 위에 있는데다 마을 자체도 문화 및 체험 활동을 즐길 만한 여건이 부족했다”며 “이날 행사를 통해 마을 주민들이 자주 접하지 못했던 문화 체험을 맘껏 누리길 바란다”고 희망사항을 이야기했다.
장 교장의 희망사항이 이뤄진 면모를 살펴볼 수 있었다. 신동7동등잔불복지협의체 부스를 설치해 마을 노인들의 건강과 복지에 대한 상담 코너를 마련해 이들의 편의를 살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타 학교와의 협연도 순조롭게 이뤄졌다. 양강초등학교 합창부를 초청해 주민들에게 어린이 합창단원들의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으며 양천마을사진전시회를 개최해 신정7동 어울마당 마을사진전에 입상한 작품들을 전시하며 마을 주민들이 그들이 사는 곳에서 미처 몰랐거나 무심코 지나쳤던 마을의 아름다운 풍경들을 감상하고 그 소감을 메모로 남겨 서로 공유하는 장을 마련했다.
학부모들도 이날 축제를 위해 기꺼이 협력했다. 주민센터 부녀회 회원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들은 먹거리 장터를 운영하며 축제를 찾은 방문객들의 오감을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축제의 분위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다.
문화 체험도 빼놓을 수 없었다. 갈산도서관에서는 ‘진로코칭의 창’ 부스를 마련해 아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책갈피 만들기, 캘리그라프, 팝업북, 스마트폰 활용 영상 및 사진 편집, 풍선아트, 페이스페인팅, 까나페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전이 펼쳐졌다. 그런 만큼 인기도 높았다. 더불어 어느 부스에서건 자연스럽게 줄을 서며 차례를 기다리는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였다.
겸재정선미술관도 뜻을 같이 했다. 미술관 측은 학교 중앙현관에 ‘찾아가는 미술관’이라는 이름으로 정선의 미술 작품을 전시했다. 이곳에선 정선의 작품을 소개하며 그림을 그릴 때 필요한 도구 및 이론적 소개도 곁들였다. 여기에 3D 영상감상 시설을 마련하였으며 전시회를 둘러보는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직원들이 직접 작품 소개와 해설을 알려주어 방문객들이 옛 그림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다. 여기에 회의실에서는 겸재 정선의 화법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학생들이 직접 정선의 화법을 익히는 시간을 가졌다.
축제 마지막으로 평양아리랑 예술단 공연이 펼쳐졌다. 이날 공연단은 손북춤과 장구춤, 부채춤, 각종 악기 연주 등을 선보이며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 축제의 일원으로 함께 해
아직 어린 초등학생들이지만 이들은 축제에 능동적으로 참여했다. 학교 내 스타댄스 동아리와 밴드부 동아리는 무대에 올라 자신들이 갈고 닦은 솜씨를 맘껏 뽐냈다. 최선을 다해 펼친 공연에 관객들도 아낌없이 갈채를 보냈다.
부스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푸른 하늘 지킴이 동아리에서는 초미세먼지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내세우며 축제 방문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 주민들이 환경보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으며 태양열을 이용한 조리 실습과 자전거 자가 발전기를 통해 작동시킨 믹서로 만든 과일주스를 대접하는 등 유익함과 볼거리, 즐길 거리를 함께 제공했다.
학생 벼룩시장에서도 어른들 못지않은 모습을 보였다. 학생들은 다양한 물품을 챙겨와 손님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해 자신들이 판매할 물건을 열심히 홍보했다. 노트와 장난감, 책과 신발, 포장도 뜯지 않은 새 옷, 액세서리와 인용, 학용품, 가방 등 다양한 물품들이 장터에 나왔다.
전통 문화 체험에서는 그동안 접해보지 못했던 활동들을 스스로 하면서 즐거움이 배가 되는 모습을 보였다. 탈곡기를 이용한 추수 체험, 짚을 이용해 새끼를 꼬아 달걀 꾸러미 만들기, 떡메치기 행사 등에 참여했다. 혹시 모를 사고를 대비하고 아이들에게 어떤 것인지 알려주기 위해 지역 어르신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들을 돌보았다.
축제가 끝난 후에도 자발적으로 선생님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고 의자를 정리하는 등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장옥화 교장은 “지역 내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행사가 성황리에 잘 끝났다”며 “앞으로 1회성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성을 갖춘 행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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