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팀도 모르고 일만 하는 사람이 가장 무능하다.” “아침마다 나라일터 검색해서 다른 곳 찾아본다.” “열심히 일해도 원칙 없는 인사 때문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최근 교육부 ‘익명 소통방’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7월 인사 시즌을 맞아 교육부 내부에 인사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중하위직 공무원들은 부글부글 끓는다.
‘특혜 파견’ ‘인사 독식’ 등을 언급하며 인사 전반에 노골적인 불만을 감추지 않는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담당 부서에서 해명 글을 올렸지만 직원들은 ‘눈속임 말라’며 싸늘한 반응이다.
‘익명 소통방’은 조직문화 개선 차원에서 개설된 것으로 응원, 칭찬, 업무 개선 등 자유로운 의견을 게시할 수 있고 익명으로 댓글도 등록할 수 있는 블라인드 소통 창구다.
한 직원은 익명 소통방에서 “ 국 주무하는 사람은 계속 주무하고 현안에 굴림 당하는 사람은 아무리 굴러도보상이없다”며 “확실한 것은 이곳(교육부)에 공정과 정의가 없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조직 사람들이 아침마다 ‘나라일터’를 검색해서 다른 일터를 찾아보고 나가는 것을 영전이라고 여길 정도로 사기가 떨어졌는데도 자기들만 다 해 먹는 출신, 학연, 지연에짜증이 난다”고 직격했다.
또 다른 직원은 “인사가 매번 공정하지 않다고 여겨진다. 인사팀 직원들끼리 주무관, 사무관, 팀장, 과장을 맡으면서 독식하는 시스템은 개선돼야 한다”고 거들었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직원은 “인사를 둘러싼 불만이나 잡음은 어느 조직에나 있기 마련이지만 윤석열 정부들어 그 정도가 더 심해진 느낌”이라면서 “줄 잘서야 승진한다는 인식이 더 팽배해 졌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인사 불만은 중하위직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주호 장관 취임 이후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 27곳이 교육부에서 떨어지면서 심각한 인사적체를 빚고 있다. 그러다보니 본부 과장급 공무원들의 승진길이 막혀 업무 의욕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다.
한 관계자는 “이 장관 등장 이후 각종 개혁과제와 현안들이 폭주하면서 업무는 많아졌는데 승진 등 보상 기회가 적다보니 힘든 부서를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말했다.
직원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하고 자신의 지시를 중시하는 이 장관의 스타일도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는 시각도 있다. MB정부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시절 가혹했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지만 직원들은 ‘눈 밖에 나면 끝’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반대로 ‘눈에 들면’ 대박이다. 지난해 6월 모의평가에서 킬러문항이 출제됐다는 이유로 교육부 국·과장들이 줄줄이 쫓겨났다. 이규민 교육과정평가원장도 옷을 벗었다.
반면 올 6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이 1.47%를 기록, 2018학년 영어 절대평가 도입 이래 가장 낮은 비율이다. 절대평가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과'용암수능'되는 것 아니냐는말까지나오는 등 혼란이 빚어지고 있지만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없다.
지난해 초등교장 연수에서 야유가 나왔다는 이유로 담당과장이 지방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구설에 오르고 실수를 해도 건재한 국·과장들이 여럿이다.
교육부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묵묵히 주어진 일에 열심인 직원보다 장관이 관심있는 분야에서 반짝 실적을 올리는 것이 승진에 훨씬 유리하다는 분위기가 깔려있다”고 진단했다.
교육부 산하기관을 장악하고 있는 이 장관 측근 인사들의 입김이 본부에 영향을 미쳐 직원들을 힘들게 한다는 불만도 들려온다.
고을 사또가 아무리 선정(善政)을 외쳐도 아전들이 육모 방망이로 설치면 폭정(暴政)이다. 블라인드에 비친 직원들의 원성에 귀 기울이고, 스스로의 언행에 방울을 달고 경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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