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우리는 학교혁신을 말할 때,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교육당국에 대한 변화 요구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교육의 주체인 교사와, 학생을 보호하는 학부모 그리고 각종 교육정책을 설계하고 지원하는 교육당국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교육은 그 대상자인 학생들이 학교혁신의 또 다른 주체가 되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는 학생을 단지 배움의 수동적인 주체로만 보려는 인식에 대한 전환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학생을 이 시대 학교혁신의 주체로서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것인가?
“만약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이 갖는 재량권이 통제되고 누군가가 그들을 대신해서 선택의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면 학생들은 인생이나 직무 속에서 보다 나은 선택을 내릴 방법들을 배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초등학교는 담임교사가 갖는 학급경영 업무가 200여 가지가 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런 과중한 업무를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방법을 강구할 필요성이 크다. 따라서 학생을 교사와 더불어 학급경영의 주체 즉, 공동 경영자로 삼아야 한다. 이는 이 시대 우리 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데 탁월한 교육학자 박남기 전 광주교대 총장의 주장이기도 하다.(박남기, 『실력의 배신』 중에서)
이런 주장은 물론 학년별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의 입장에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예컨대 초등학교에서는 보통 3학년 이상이면 담임과 더불어 학급경영과 관련된 중요한 업무, 학생들이 학급의 주요부서 업무 외에 규칙⋅수칙 지킴이, 또래 학생의 멘토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나아가 학급경영의 기본 방침과 규칙⋅수칙을 만드는 일에서도 주체가 될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학교교육에서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도록 필요한 기회를 가급적 많이 제공하고 적절한 지도를 병행하면 학교자치, 학급자치라는 민주적 학교운영에서 큰 성과를 거둠은 물론 자신이 스스로의 삶에 주인이 되어 당당하게 살아가는 ‘주인교육’이란 유의미한 교육목표에 접근할 수 있다.
이처럼 교사가 학생들을 스스로 학교교육의 객체가 아닌 주체가 되도록 하는 것은 민주시민에 관한(About) 교육이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위해(For) 직접 수행하고 깨닫고 배우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는 학생들이 직접 참여 속에서 많은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발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적극적인 교육방식이다. 일찍이 실용주의 교육학의 대가인 미국의 존 듀이가 “1그램의 경험이 1톤의 지식보다 낫다”한 주장과도 유사하다. 이는 또한 시민들의 직접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자신들이 누리는 권리 못지않게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에서의 책임과 의무에 대한 의식을 높일 수 있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그동안 대학에서조차 학생들이 학교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강화된 학생 인권의 차원에서 그리고 민주시민 교육의 차원에서 학생들의 참여를 독려하고 또 실제로 그렇게 운영하는 학교가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학생자치의 실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사실은 이런 학교들에서는 우려하는 부작용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더 많이 창출되는 사실이다. 이로써 학교교육에 학생 참여가 늘고 학교의 수구적 경향이 점차 혁신적, 민주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학생을 단순히 교육의 대상으로만 취급하는 데서 과감하게 탈피해야 한다. 왜냐면 학교가 학생에게 모든 것을 제공하여 수동적 위치에 머물게 해서는 지금처럼 교사의 소진으로 인해 교육적 성과를 도출하는데 한계가 많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이 공회전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생들 스스로가 학교교육과 학교혁신의 주체임을 자각하게 하고 필요한 역량을 제공하며 또 역할수행에 필요한 역량을 제고(提高)시킨다면 학생은 날개를 단 채로 자신감 있게 높게 그리고 멀리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앤디 하그리브스와 데니시 셜리의 『학교교육 제4의 길(The Fourth Way)』에서 주장한 ‘변화의 파트너로서의 학생’을 실현하는 계책이 필요하다. 이제 학생은 보듬고 보살펴야 할 수동적 대상에서 학교교육의 당당한 하나의 축으로 교사와 학생이 함께 다정한 파트너로서 시대가 요구하는 학교 대혁신의 길에 과감하게 나설 수 있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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