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전재학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자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정치에 관심을 갖고 대화를 나누며 생각을 교환하고 심지어 논쟁조차 벌이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정치적 담론이 터부시되는 문화가 존재한다. 예컨대 가까운 사람이나 심지어 가족 간에도 갈등을 부르는 정치 얘기는 회피하는 것이 상책이라 여긴다. 이는 평균적인 민주시민이라면 누구나 정치적 견해를 표명한다는 사실에 역행한다. 왜냐면 우리는 정치적 견해가 확연히 양분되어 각자의 성향에 따라 상대에게 강한 불만과 혐오감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국민의 정치 지식이나 역량, 정치에 대한 수준은 세계 어느 나라 국민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이는 우리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촛불혁명처럼 강력한 국민의 힘은 국정농단을 범한 정권의 심판 및 총선, 지방선거에서도 도도한 민심을 주도했다. 12⋅3 계엄 이후 내란 주도자 탄핵에 보여준 국민행동은 이 땅의 민주주의는 거저 얻은 것이 아님을 증명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정작 정치는 최하위로, 3류 또는 하급 정치라 불린다. 그렇다면 우리는 정치수준과 국민 정치역량의 확연한 차이만을 말할 것인가? 모든 것을 정치인의 탓으로 돌릴 것인가? 우리는 자녀와 부모, 교사와 학생이 일상에서 정치담론을 얼마나 자유롭게 나누는가?
2025. 4월 4일, 우리는 국가의 최고 권력자라 할지라도 헌정질서를 파괴할 수 없다는 지당한 사실을 다시금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헌재가 12⋅3 비상계엄 주동자인 대통령을 파면한 것은 헌법과 법적 절차에 따른 헌재의 역사적 판결로 두고두고 존중할만한 가치를 지닌다. 또한 학교에서는 학생들을 건강한 민주시민으로 육성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육적 책무성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이번에 각 학교별로 자율적 판단에 따라 교실에서 헌재의 심판 선고를 지켜볼 수 있게 한 것은 살아있는 민주주의 교육으로 학생들에게 매우 유의미하고 효과가 큰 교육이라 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는 벌써 수년 전에 선거권은 만 18세로, 정당 가입은 만 16세로 낮추는 입법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우리는 청소년 세대에게 아무런 준비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 앞으로는 선거법과 정당법에 의해서 동등한 공민권을 가진 이른바 ‘동료 시민’으로서의 대화가 더욱 활성화될 것이다. 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호 간에 정치적 의사표현을 많이 주고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는 가정과 학교교육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치담화 내지 교육은 투표소를 어떻게 찾아가고 기표를 어떻게 하는지 알려주는 단순한 홍보 동영상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는 활발한 토론과 참여, 실천 방법, 어떻게 민주주의를 올바로 알아가야 할지 등에 대한 교육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를 무시하고 기피하면 첫 투표에 보이는 매우 높은 정치관심도와 투표에 참여한 후에는 급속도로 정치에서 이탈하는 경향으로 흐르기가 쉽다. 지금까지 다수의 10대 청소년들과 2030 젊은 세대들이 바로 그러했다.
이제 정치사회화를 가정은 물론 학교에서도 기본부터 충실하게 다져야 한다. 특히 교육과 정치가 상극이라는 의식 하에서는 학교에서 올바른 정치담론 내지 교육을 실현할 수 없다. 따라서 학교 이전에 가정에서부터 자녀와의 정치담론이 활발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청소년을 비롯한 우리의 젊은 세대들이 포털이나 유튜브를 통해 정치담론을 이어가면 민주시민교육의 외주를 떠맡기는 꼴이다. 이는 심각한 정치의 왜곡 및 오염을 유발할 수 있다. 이것이 작금의 극단적인 팬덤 정치에 휘둘리는 우리 정치의 실상이다.
이제 가정과 학교의 정치문화를 바꿔야 한다. 여기에는 상호 간의 토의⋅토론을 통해 정치적 토양을 올바르게 가꾸고 적어도 현재보다 나은 미래의 정치를 구현해야 한다. 우리의 정치도 ‘라마시아’라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유소년 축구처럼 사전에 철저하게 준비하고 훈련시켜야 한다. 여기서 배출된 레전드 메시를 비롯한 많은 축구 스타들은 세계 축구의 수준을 업(up)시켰고 멋진 축구 문화를 만들었다. 우리도 가정의 밥상머리와 학교수업에서 정치담론을 원만하게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올바른 민주주의와 민주시민을 위한 정치교육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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