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욱 한밭대학교 총장
지난달 한 지상파 방송에서 ‘당신의 아이는 혼자 공부할 수 있습니까?’라는 부제가 달린 프로그램이 방영됐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코로나시대에 온라인 학습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학생 청소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졌다. 한 경우는 사교육없이 엄마의 적극적인 지도로 아이를 공부시켜 나름대로 그동안 좋은 성적을 거두어 왔으나 코로나로 집에서 혼자 공부하면서 무너진 이야기다. 엄마가 직장맘이다 보니 낮에 집에 혼자 있으며 공부하는 아이를 완전히 감시할 수 없었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가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다.
즉, 학원이나 부모의 간섭으로만 공부하고 본인의 의지로 스스로 학습하지 않는 경우는 결국 좋은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시간관리 능력, 조직화능력, 자발성, 충동조절능력, 감정조절 능력 등을 갖추어야 자기주도적 학습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문가의 이야기도 덧붙여졌다.
실제로 지난 6월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결과를 보면 중위권에 분포한 학생수가 크게 줄고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학력 양극화가 극심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우리 대학의 교수님들도 지난 1학기 학생들의 성적을 분석해보면 대체로 성적양극화 현상이 심해졌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신다.
중위권 학생의 감소는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하나는 온라인 학습환경이나 콘텐츠가 좋지 않아 그럴 수 있다. 경제적인 이유와 갑작스러운 코로나로 제대로 된 학습환경을 갖추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고, 교육기관들도 수준 높은 교육 콘텐츠 제공이나 바람직한 교수법을 활용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이런 문제는 사회와 교육기관이 함께 의지를 가지고 개선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또한 학생들 스스로가 학업의지를 갖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도 크다. 학습의지가 약하면 혼자 학습하는 온라인 환경에서 수업에 집중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쉬고 싶고 다른 것을 하고 싶은 많은 유혹들이 도사리다 보니 수업에 집중하기가 힘들게 된다. 대학생들의 경우도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자기주도학습 경험을 하지 못한 경우에는 이런 온라인 수업은 더욱더 힘들게 느껴질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대학들도 지난 1학기동안 큰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의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교육의 질이 문제가 되기도 하고, 그 결과 학생들로부터 등록금 반환요구도 일어나게 되었다. 일부 학생들은 이럴거면 그냥 사이버대학을 다녀도 되겠다는 불평도 있었다.
그렇다. 우리 오프라인 대학은 사이버대학과 어떠한 차별성을 가져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어려운 가운데도 일부 교수들의 온라인 수업은 학생들로부터 최고의 평가를 받은 경우가 있다. 이렇게 좋은 평가를 받은 수업들은 대체로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교수자가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을 효과적으로 잘한 경우들이다. 동영상 녹화강의를 해도 학생들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거나 학생 개개인에게 접촉하여 수업의 이해정도를 직접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려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아침 9시 실시간 수업을 하는 우리 교수님 한 분은 늦잠 자느라 출석하지 않은 학생을 전화로 깨워 수업에 참여시켰다고도 들었다. 프로그래밍 강의를 하는 교수님 한 분은 학생 한명 한명의 컴퓨터에 원격으로 접속해서 개별 지도를 해 나가기도 했다고 한다. 타 대학에서는 댓글로 올라온 질문에 대하여 일일이 즉답을 해주고 학기말에는 이 문답들을 모아 정리해서 거의 책 하나를 만들어 학생들에게 제공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다.
이렇게 대부분 온라인의 명강의는 좋은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어떻게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잘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아닌가 싶다. 나아가 이러한 교수자의 노력이 학생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자기주도학습 능력을 제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그렇다. 오프라인 대학은 학생들과 상호작용하는 시스템을 잘 만들어 교육효과를 높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효과적인 상호작용에 대규모강좌는 바람직하지 않다. 학생 한명 한명과 상호작용을 위해서는 소규모로 강의를 운영해야 한다. 온라인에 아무리 많은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대부분은 상호작용을 하기가 어렵다. 그런 점에서 학생과 교수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해서 오프라인 대학의 존재 이유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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