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우리말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란 속담이 있다. 이는 누군가의 기쁘고 즐겁고 좋은 일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되어 내면적 갈등으로 다가서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는 ‘불가여공안락(不可與共安樂)’이라 하여 “어려움은 함께할 수 있지만 즐거움은 함께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는 중국의 초나라 법려의 이야기인 토사구팽(兎死拘烹)의 일화에 나오는 말이다. 토사구팽, 토끼를 잡으면 사냥개를 삶는다는 이 말은 힘을 합쳐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쉽지만 정작 일이 해결되면 함께 즐거워할 사람들의 공로를 잊어버리는 역사의 씁쓸한 교훈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성공은 혼자 차지하는 것이지, 함께 공유하기 어렵다고 하는 것인가. 하지만 우리의 삶은 제로섬이 되어선 안 된다. 즐거운 일은 진정으로 기쁨을 나누고 슬픈 일은 위로하고 격려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의 실화를 예로 들어보자. 최민정 선수가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땄던 순간, 함께 경기를 뛴 김아람 선수가 가장 먼저 뛰어와 최 선수를 안아 주었다. 경쟁자였음에도 자신이 우승한 것처럼 기뻐하며 눈물로 축하해주는 김 선수의 모습은 보는 이를 울컥하게 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자신과 관계없는 일에는 아낌없이 격려와 축하를 하지만 경쟁자에겐 그와 같은 인성을 보여주기가 어렵다. “슬픔은 함께하면 반(1/2)이 되고 기쁨은 함께하면 배(2)가 된다”는 우리말을 실천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여기엔 인간의 복잡하고 내밀한 경쟁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치열한 경쟁을 치르며 교육을 받아왔다. 학급 내의 친구가 경쟁자가 되고 그를 뛰어넘지 못하면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대보다 우위에 서려는 경쟁 심리는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을 지배해왔다. 그래서 자기만의 승리는 있을지 모르지만 함께 하는 승리는 기대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성공은 결코 혼자의 힘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깨닫게 되기까지는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슴에서 발로 이어지는 긴 여행이 된다. 승리는 함께 나누고 기뻐하며 축하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교육에선 선의의 경쟁을 가르치고 최선을 다한 결과에는 기꺼이 순응하며, 결과로 인해 슬퍼하는 사람은 위로하고 기뻐하는 사람은 축하해주는 스포츠정신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엔 질주 본능의 경쟁의식을 극복하여 ‘(당당하게) 지는 것이 이기는 것이다’는 정신을 고양하는 것이 요구된다. 이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아름다운 인성교육이 될 수 있다.
최근 필자는 같은 지역의 모 고등학교 교감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 학교는 소위 명문대를 많이 보내는 학교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런데 슬픈 사실을 알게 되었다. 사연인즉 지난 중간고사에서 어느 2학년 학생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 물론 그것은 성적이 오른 만큼의 개인적인 노력의 성과이리라. 그러나 경쟁하는 학생들은 그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학교에 민원을 제기했다. 시험 감독 수를 늘려주고 책상의 간격을 더 넓게 벌려 달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은 한 학생의 놀라운 학력향상을 인정하고 축하하며 기뻐해 주는 대신에 이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본능에만 매달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며 스스로를 옥죄게 만드는 악순환을 자행한 것이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내 일처럼 기뻐해 주지 못하고 이를 부정의 눈으로만 바라보는 그들에게 이 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자조 섞인 한숨에는 우리 교육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타인의 탁월한 성장은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 것이다. 이를 인정하고 기뻐하는 것이 자신도 같은 상황에서 축하를 받고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진정한 교육은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우수한 인간을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며 공동체의 발전을 함께하는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다. 타인의 성과에도 기뻐하는 인재가 우리 교육에서 추구하는 인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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