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자수첩] #1. 박근혜 정부 출범 5개월째 접어들고 있지만 교육부는 여전히 ‘정중정’(靜中靜) 이다. 귀에 익은 거라곤 자유학기제 뿐이고 그나마도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일반 국민들은 깜깜하다.
고교입시나 대학입시 처럼 관심이 집중된 사안은 기본 방향조차 알려지지 않아 속 터질 지경이다. 교원정책은 오리무중. 철학도 비전도 알아보기 힘들다. 툭하면 관계부처 협조가 안돼서, 재원이 모자라서, 교사들 인식이 바뀌어야... 등등 남 탓 하기 바쁘다. 기간제 교사가 더 열심히 더 잘가르치는 현실을 알기나 할까.
수능은 A,B형으로 나뉘어 수험생들 골탕은 여전하고 대입 전형을 간소화 하겠다는 공약에도 불구, 지금 추세는 예전과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내년부터 고등학교에 도입되는 성취평가제는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일반계고교 점프 업 정책과 충돌하는 모순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초등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 느닷없이 등장한 스토리텔링 수학 때문에 1,2학년 교실은 아우성이다. 선생님은 답답하고 학부모들은 학원으로 달려간다. 사교육을 줄인다는 정부 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동네 보습학원들은 스토리텔링 간판하나로 성시를 이룬다는 소문이다.
학생들은 푹푹찌는 찜통더위에 죽을 맛인데 ‘33도이상이면 단축수업, 35도 이상이면 휴업’이라는 하나 마나한 대책을 내놓고 있는게 박근혜식 행복교육의 현주소다.
교육장관- 관료 밀월 구가 ...변화 없는 ‘답답 행정’ 한계
#2. 서남수 장관은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다. 토론을 즐기고 남의 말을 끝까지 들어준다. 강압적으로 밀어 붙이기 보다는 충분한 의견을 듣는데 시간을 쏟는다. 뻐꾸기가 울때 까지 기다리는 막부시대 도쿠가와 이예야스를 연상케 한다.
어찌됐든 학교현장에 교육부 지침이 줄어든 것만은 확실해 보인다. 정권교체기 마다 반복됐던 획기적(?)정책에 홍역을 치르는 일은 많이 줄었다.
반면 새 정부가 들어섰는데도 교육 현장은 달라진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안정감을 주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변화가 없어도 너무 없다는 것이다.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교장은 “과거의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있어서는 신속하고 과감한 행동이 필요한데 서 장관은 지나치게 신중 모드로 가는 것 같다”며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장학관은 “현안에 대한 교육부 지침이 늦어지는 바람에 업무처리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3. 이런 교육현장의 정서와 달리 교육부는 여유가 있다. 교육부 주변에서는 장관과 공무원들이 ‘밀월’을 즐기는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장관이 관료들과 힘겨루기를 하던 예전과는 판이한 모습이다.
교육관료 출신 장관이다 보니 누구보다 직원들의 속사정을 이해하고 배려를 잘한다는 것이다. 회의석상에서도 자유로운 토론이 곧잘 벌어지고 장관에게도 직언을 서슴치 않는다고 한다.
이주호 장관때 라면 꿈도 못 꿀 일이다. 직원들과 토론을 즐기기는 이 전 장관도 마찬가지 였지만 스타일은 정반대. 자신과 생각이 다르거나 직원이 실수라도 할라치면 사정없이 몰아세웠다.
국 과장들은 장관 호통에 벌벌 떨었고 그러다 보니 이 전장관이 쓴 책을 달달 외워 보고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보고를 받던 장관이 눈길을 돌리면 그걸로 끝이었다. ‘당신 그만두고 싶어’ 한마디에 변방으로 쫒겨난 공무원들도 여럿이었다.
당시 교육부 정책은 시작만 있고 끝은 없었다. 이주호는 일만 벌였고 직원들은 장단만 맞췄기 때문이다. 지금 그 책임을 서남수장관이 지고 있다.
설거지를 도맡은 그의 처지를 이해하면서도 자꾸만 뇌리에서 잊혀져 가는 교육장관이 안타깝다. 이러니 문용린 서울교육감이 ‘상왕’(上王) 이란 소리가 나오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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