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행군하는 군인에게 가장 힘든 것은 군장과 총의 무게보다 군화 속에 들어간 모래 한 알이라는 비유가 있다.
교직사회에서 ‘군화 속 모래알’ 같은 경직된 관행들을 짚어보는 자리가 지난달 27, 28일 경기혁신교육포럼을 통해 마련됐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정책개발팀 관계자는 “오랜 관행에 대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누군가는 제동을 걸어야 할 일이고, 외부로부터 지적받기 전에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펼쳐야 할 시점”이라고 언급하며 100여 명의 교원들로부터 제보 받은 초등학교 모니터링 사례들을 발표했다.
△정시 퇴근을 위해 수업 중 공문서 작성하는 교사 △수업 시 아이스크림 프로그램만을 사용하는 이른바 ‘클릭수업’ △체육수업을 기피하는 교사 △학생들 선행학습에 의존하는 구조 △같은 학년만 몇 번째 맡는 고 경력교사 △비정규직 상납 관행 △행정실무사를 교감의 비서처럼 활용하는 경우 △관리자의 폭언 △교육장실보다 큰 교장실 △수업보다 실적과 업무를 중시하는 문화 △신규교사 첫 월급 때 떡 등을 돌리는 관행 △술 문화 △동문회 중심의 파벌문화 △남교사 역차별 △학습준비물의 사적 이용 △공문 안 읽기 △학생들이 교무실과 연구실도 청소하는 문화 △학부모에게 촌지와 금품찬조 받는 교사 △시간외 수당을 허위작성 혹은 신청을 못하게 하는 경우 등이 지적됐다.
또한, 학부모의 눈으로 바라본 학교관행과 관련해, 참교육학부모회 박범이 회장은 △신설학교에 필요한 물품 찬조 요청 △아이가 임원이 되었을 때 찬조금 요구 △봉사활동 시 무리한 회비 요구 △선거절차 없는 학교운영위원회 학부모위원 선출 △학교운영위원회 예산 심의 자료를 회의 당일에 받은 경우 △체벌 대신에 돈을 걷는 학급 사례 △수학여행 주관 업체가 바뀐 특정 사례 등을 지적했다.
박범이 회장은 이어 “학교의 여러 일에 대한 교사와 학부모 시각이 다른 것은 자연스럽다”며 “일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해 발생하는 문제인지,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관행의 결과인지 교사와 학부모들의 진지한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포럼에 참여한 한 교사는 “부끄러운 자화상”이라며 “이 같은 문화를 털어내고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 경기도교육청 정책기획관 오재길 장학사는 “이 같은 사례들은 보편적 사례 아닌 특수사례”라며 “99%가 잘하고 있더라도 아직 남은 1%의 문제를 풀어가는 것이 본 포럼의 기획의도”라고 취지를 밝혔다.
이어 “습관이란 개인에게 편한 상태로 고착화된 것이라고 볼 때, 관행이란 집단적인 습관과 같다”며 “이 같은 관행들을 낱낱이 드러내고, 한 번 더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다보면 개선 확률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관행이 생겨난 이유가 정책에 있는 경우에는 근본적 해결할 방법을 찾고 물꼬를 트는 작업을 진행하겠다”고 언급했다.
함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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