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자유학기제는 100% 실패합니다.” 전직 교육부 고위 관료를 지낸 A씨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전화 취재를 하면서 자유학기제 전망을 묻자 그는 한 치 망설임 없이 실패를 단언했다.
“진로만 탐색하면 그 다음엔 뭘 할 겁니까. 학교나 교육당국이 어떤 후속 조치를 제공해 줄 수 있습니까. 학생들은 다시 영어 수학 배우러 학원으로 물려가겠지요. 거기서 끝입니다.”
학부모들이 자녀들의 소질이나 적성을 몰라서 가만 있는게 아니라 좋은 대학 나와야 좋은 직장 다니고 그래야 제대로 대접받는 사회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죽으나 사나 성적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그는 또 대학입시라는 거대한 장벽이 가로막고 있는 한 근본적인 대안 없이 추진하는 자유학기제는 정책을 위한 정책이거나 정치적으로 계산된 교육 이슈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 했다.
예컨대 어학에 흥미가 있고 소질을 보이면 외고로, 음악이나 미술을 하고 싶다면 예술고에 가서 공부할 수 있는 입시제도의 개혁 없이 지금처럼 성적만으로 학생들을 뽑는다면 진로탐색제는 의미 없는 일과성 행사에 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경력의 전직 교육관료 B씨 역시 기대보다는 우려에 비중을 뒀다.
그는 3년 뒤 전국 중학생들이 진로탐색 하겠다며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경우 어떻게 감당할지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단순히 들러보는 식의 진로체험으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서 학생들이 목표를 정하고 집중해서 몰입할 수 있는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B씨가 가장 우려한 것은 교육정책의 연속성. 그는 박근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이 요구되는 자유학기 정책을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보여주기식 단기 정책으로 끝난다면 그 후유증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일 것이라고 말했다.
중학생들에게 한 학기 동안 시험에서 해방돼 자신의 꿈과 끼를 찾아보게 하는 자유학기제는 우리 학교교육에 커다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획일적 지식 전달 위주 교육에서 다양한 정보와 경험을 두루 제공해 학생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는 우리 교육의 ‘원초적 본능’을 일깨워 주기에 충분하다.
문제는 3년 뒤 우리가 이를 실천에 옮길 여건과 역량을 갖출 수 있느냐 하는 부분이다. 또 그에 따른 부작용과 역기능을 예방하고 차단할 대책이 충분한지도 걱정스런 대목이다.
무엇보다 입시라는 거대한 블랙홀에 맞서 박근혜정부의 1호 교육정책인 자유학기제가 제대로 존립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앞선다.
'한 가지만 잘하면 대학 간다'는 이해찬 세대는 학력저하 논란을 불렀다. 한자로 자신의 이름조차 못쓰는 대학생, 미적분 못 푸는 공대생들이 사회적 고민거리로 등장했다.
동성애와 임신 등 교육적 금기에 도전했던 곽노현 세대. 그들은 학생 인권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지만 한편으로는 버르장머리 없는 애들의 폭주(暴走)를 부추겼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박근혜 교육이 만들 자유학기 세대, 그들은 정말 대통령의 바람처럼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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