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시 적성면의 한적한 논두렁을 따라 가면 21년 역사의 오케스트라 합주반을 자랑하는 삼광중・고등학교가 나타난다.
삼광중・고등학교(교장 김기섭, 사진)는 비무장지대(DMZ)와 멀지 않은 작은 시골학교다. 학급수도 중학교 9학급, 고등학교 6학급에 불과하다.
시골학교 특성상 도시에 위치한 학교에 비해 문화시설과 교육환경 모두 열악하지만, 삼광중고에는 어느 학교보다 우수하고 전통 있는 오케스트라 합주반이 있다.
삼광중고등학교 오케스트라 합주반은 23년 전 6명의 학생으로 구성된 작은 현악기부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 삼광중학교로 배속된 이상주 교사는 음악에 열정을 가진 현악기부 학생들을 보고 “우리 한번 제대로 된 연주를 해보자”며 오케스트라 합주반 창설을 추진했다.
처음에는 조그맣게 시작한 오케스트라 합주반이지만, 학교의 지원과 교사의 열정, 그리고 재능 있는 학생들로 인해 규모가 커지고 각종 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삼광중고 오케스트라 합주반은 매년 열리던 파주시 예능 발표회에 참가하여 20년 연속 합주부문 최우수상을 수상 받았다. 또한 04년 제1회 경기도 학생 예능경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 받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학교축제와 마을행사 등에서 삼광중고 명물로 큰 호응을 얻고, 파주시 율곡문화제, 임진각음악회 등에서도 활약을 하고 있다.
지금은 중학생 80여 명과 고등학생 20여 명 등 총 100여 명으로 운영되어, 삼광중・고등학교 총 학생 490여 명 중 1/5이 오케스트라 합주반에 동참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합주반을 20년 넘게 이끌어온 이상주 교사는 “학창시절 악기 하나를 배우면 평생의 자산이 된다. 음악으로 쌓은 교양과 꿈은 공부만큼이나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상주 교사는 삼광중학교가 모교로,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졸업 후 모교로 돌아와 20여 년 동안 후배이자 제자인 학생들에게 음악에 대한 열정을 전해 왔다.
삼광중고 오케스트라 합주반의 성장 뒤에는 학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삼광중・고등학교 김기섭 교장은 오래전부터 문화적 역량향상과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1인 1기 교육’을 강조해 왔다.
김기섭 교장은 07년 학교장으로 취임 후 ‘1인 1기 교육’의 일환으로 전임 교장부터 운영되던 오케스트라 합주반을 적극 지원하기 시작했다.
매년 3천만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하여 오케스트라 악기를 구입하고, 학생들이 연주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합주실과 파트연습실을 증설했다.
또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외부 코치와 개인 파트별 강사를 영입・지원하고, 방학 중에는 학교에서 합숙하며 집중연습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김기섭 교장은 “서울에서 먼 시골학교다 보니 실력 있는 강사를 영입하기가 정말 힘들다. 그 때는 이상주 선생이 대학 후배들을 반강제로 데리고 오기도 한다”며 유쾌하게 말했다. 오케스트라 합주반 학생들에 대한 열정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김기섭 교장은 ‘1인 1기 교육’을 학생들에게 강조할 뿐만 아니라, 직접 색소폰 연주를 배우며 솔선수범하고 있다.
김기섭 교장은 학교행사 등에 직접 색소폰을 연주하여 1인 1기 교육의 모범을 보이고, 학생과 소통하는 열린 마음을 드러냈다.
김기섭 교장의 신념과 노력은 학생들에게 충실히 전해졌다. 오케스트라 합주반 부장을 맡고 있는 3학년 이현주 학생은 “오케스트라 합주반을 통해 클래식을 처음 접했어요. 연주하는 법도 배우고, 음악에 대한 폭넓은 지식도 얻을 수 있었어요. 오케스트라를 통해 성격도 활발해지고 친구들과 관계도 좋아졌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이현주 학생은 음악에 대한 재능을 살려 음악 유치원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밝히기도 했다.
김기섭 교장은 “작은 학교에서 오케스트라 합주반을 운영하는 일은 어려움이 많다. 산적한 문제로 그만두고 싶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이 악보를 배우고, 연주를 배워서 다 함께 무대에 서는 모습을 보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이 뭉클해진다. 그 때문에 오케스트라 합주반을 포기할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박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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