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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仁谷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前 인천산곡남중 교장)

우리는 흔히 무의식적으로 ‘세상’과 ‘세계’는 동일한 것으로 오해하거나 착각을 한다. 하지만 ‘세상’과 ‘세계’는 엇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의미를 내포한다. ‘세상’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주어지는 것이지만 ‘세계’는 각자의 인생관과 철학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고 다양하게 창조되어진다. 이는 우리가 ‘정신세계’라 말하지만 ‘정신세상’이라 말하지 않는 것에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학교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이는 한마디로 삶의 역량을 배워 키워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학생은 각자의 취향과 적성, 그리고 배움에의 의지와 행동으로 자신의 ‘세계’를 창조해야 한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눈앞에 거칠고 팍팍한 ‘세상’이 다가온다. 따라서 이를 극복하고 슬기롭게 살아갈 지혜와 역량을 기르는 것은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육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나감으로써 가능하다. 이는 배움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자발성, 적극성에 의해 길러져 타인과 차별화를 이룬다.

요즘 세상살이가 점점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이 “세상만사가 다 귀찮다”라거나 “세상이 너무 각박하다”고 넋두리를 한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는 이 세상에서 단 한번 뿐인 소중한 삶의 파도를 넘고 헤쳐 앞으로 나갈 엄두도 낼 수 없다. 대신에 “이래도 한 세상, 저래도 한 세상, 이왕에 잘 살아보자”거나 “내 운명 내가 만드는 것이니 원하는 대로 멋지게 살아보자”라는 적극성이 매우 필요하다.

세상은 나보다 훨씬 큰 공간이며 내가 태어나기 전에도 있었고 내가 죽은 후에도 그대로 흘러가는 시공간이다. 즉, 세상이 주인이고 나는 잠시 왔다가 떠나가는 존재다. 그러니 세상이 자기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기에 이에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일 필요가 없다. 하지만 세상에서의 경험과 삶의 기술과 힘을 축적하지 못한 청소년들은 매번 실패와 실수의 과정에서 돌이킬 수 없는 극단적 선택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불행하게도 우리 청소년들의 자살률은 지구상의 어느 국가보다도 최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무엇이 이렇게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들에게 극단적 삶을 그토록 쉽게 선택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인가? 개인에 따라 많은 변수가 있겠으나 공통적으로 이 나라의 교육에도 그 막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야만적인 경쟁교육과 시험능력주의에 의한 줄 세우기 교육을 가장 공정하다고 여기며 이에 국민 대다수는 묵시적인 동의를 하고 있다. 우리 교육은 오직 남보다 나은 성적으로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타인 위에 서서 그들을 압도하고 편안하게 살려는 출세와 성공지향의 가치로 충만해 있다. 다양성 추구가 한참 결여된 교육은 학생들에게 이 세상을 보다 좋은 곳으로 만들고 이타적인 삶을 꿈꾸고 희망을 갖도록 동기부여 할 수가 없다. 오직 출세하고 성공하기 위한 각자도생의 정글법칙만이 있을 뿐이다.

이제 학교는 학생들에게 세상과는 다른, “세상을 향한 나의 꿈은 무엇인가?”처럼 자신이 원하는 세계를 창조하고 자유롭게 출입하는 시공간의 세계인 내면세계와 정신세계를 맞닥뜨리도록 교육해야 한다. 그 세계는 경쟁하는 개인플레이가 아니라 연대와 협력, 나누고 배려하며 더불어 사는 세계이며, 보다 다양하고 포용적인 세계이고, 꿈과 희망, 이상을 널리 펼칠 수 있는 세계임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는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내가 만들어가는 세계는 완전히 다르다는 깨달음에서 시작한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교육할 것은 바로 세상은 모두에게 동일하지만 세계는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곧 세상은 생존과 투쟁이 있으나 세계는 나의 선택과 노력에 따라 발전하고 창조된다는 배움이다. 학생들이 아무리 공부와 살아가기가 힘들다 말해도 각자 행복한 세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교육의 희망이자 긍정적인 ‘삶의 힘’이 된다. 인류 고전(논어)의 가르침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 하지 않는가. 결국 세상을 바꾸려 하기 전에 먼저 스스로 자신의 세계를 더 좋고 멋지게 창조하는 것에서 각자의 삶이 출발해야 함을 가르치자. 이는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우리 학생들에게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교육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