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경우 교육청에서 오는 공문은 한 학기에 1~2건 정도. 그러나 우리 학교현장에는 교육청으로부터의 공문이 매일 수십 건 쏟아지고 있다.
각 부서 마다 꼭 필요한 공문이라고 보내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교원들은 너무 많은 공문 때문에 담당하는 업무 외 공문은 열어보지 않는 현상도 발생한다.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교육연구원은 지난달 29일 경기혁신교육포럼 「교육청,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을 열고, 교육청 업무 시스템의 절차와 방법적 문제에 관한 현장교원들의 의견을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정책개발팀의 조사에 의하면 △장학사의 권위적, 행정편의주의, 책임지지 않는 태도 △과중한 공문처리 업무 △인맥에 의존하는 구조, 인사문제 △학교교원 차출해 교육지원청 업무 도와주는 경우 △실제적으로 큰 도움 안 되는 집합연수 △각종 우수사례 및 계획서 제출 요구 △교육장의 학교 방문에 대한 부담 △기초학력부진 제로에 대한 압박 △전문직 출신 교장이 있는 학교에 각종 재정지원 등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점 △교육장이나 담당자가 바뀌면 사업이 다시 원점에서 시작된다는 점 등 교사들의 교육청에 대한 불신과 거부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L교사의 제보에 의하면, 도교육청 지침은 꼭 인편제출을 되도록 자제하도록 하고 있는데도 일부 지역교육청 장학사들은 인편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보고서 용지 색깔 및 글자체 크기가 마음에 안 들거나 연구제출물에 CD케이스가 없다며 학교 담당자를 재 호출하는 사례도 있었다.
교육청에서 보낸 공문이 잘못 기재되어 교사들이 여러 번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지적된다. K교사의 제보에 의하면, 연도, 방법, 기간이 잘못 안내되거나 맞춤법이나 공문의 기본형식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도 있었다. 신청기간 1~2일을 남기고 늦게 전달되는 경우, 붙임자료에 타시도 내용이 첨부되어 있는 경우, 내용이 이중적으로 해석되거나 기존의 것과 유사해 혼선을 빚는 경우도 많았다. K교사는 “사람이라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공문의 파급력을 고려한다면 한 번 더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청에서 선정하는 각종 동아리, 연구학교, 연구대회, 연구회 등의 심사위원, 절차 및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된다.
또한, 지역교육청에서 교감을 통해 엑셀 잘하는 교사, 일 잘하는 연구부장 등 학교 당 몇 명의 인원 차출을 부탁해 밤늦게까지, 때로는 주말과 방학에도 장학사를 도와주는 사례가 지적되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홍섭근 연구위원은 “결국 교육청은 학교가 있음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며 “교육청에 대한 학교현장의 시선을 통해 왜곡된 부분이 있다면 해결책을 찾아가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럼에 참여한 한 교사는 “담당자 혼자 기획하는 것 아니라, 전문가와의 거버넌스 구축을 통해 기획이 숙성된 후에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교사는 “학교 문제를 진단하고 지원하기 위해서는 경험과 전문적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데, 잦은 인사이동과 업무조정으로 장학사들이 전문적 역량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승진에 유리하기 때문에 이동하는 관행을 없애고, 도교육청과 지역교육청에서 근무하는 장학사를 이원화하는 방법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도교육청 부서간 소통을 통해 중복되거나 상충되는 업무를 통합 및 조정하고, 수많은 자료와 규정을 한 군데로 모아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하며, 담당자에게 수차례 같은 상황을 설명하지 않도록 콜센터 운영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함수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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