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준희(인천 송현초등학교 교사)
한증막같이 뜨거운 곳, 한겨울에도 온몸이 금방 땀으로 범벅이 되고, 어떤 날은 발암물질인 유증기 가득한 곳, 하루에 한 사람이 드는 무게가 코끼리 한 마리 무게라 구성원들이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사는 이곳은 어디일까? 바로 학교 급식실이다. 필자는 이런 학교 급식실의 노동환경과 조리사 선생님들을 보면 ‘Sorry, We missed you(미안합니다, 우리가 당신을 놓쳤어요.)’라는 이 말이 생각난다. 영국의 택배 노동자들이 택배를 받을 사람이 집에 없을 때 남기는 쪽지의 메시지. 그리고 며칠 전 대전둔산여고의 한 학생이 쓴 그 글이 떠오른다.
우리는 누군가의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다
둔산여고는 4월2일부터 저녁 급식 제공을 중단했다. 그동안 이 학교의 조리사들이 부족한 인력으로 업무 과중을 호소하다 학교가 국물 음식을 별도의 국그릇에 담아 제공하라고 요구하며 갈등이 증폭되었고 파업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이후 이 학교 학부모들과 학생회에서 조리사들을 규탄하는 시위와 학교 급식을 볼모로 학생 건강권을 위협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었고 이에 반대하며 한 학생이 ‘부끄러운 건, 파업이 아니라 우리의 조롱이다’라는 글을 쓴 것이다.
조리사들의 파업은 학교 구성원들의 불편을 유발한다. 한창 공부하고 자랄 시기의 학생들에게 건강한 한 끼 급식은 매우 중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동조합의 파업은 헌법이 보장하는 합법적 쟁의행위로 그 ‘불편’이 파업의 무기다. 쟁의행위로 빚어지는 불편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는 이 과정에서 결국 우리에게 요구되는 것은 나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누군가의 권리를 위해 때로는 내 삶이 불편해질 수도 있음을 이해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그곳이 학교라면 그것이 ‘불편’이 아니라 결국 ‘우리 모두’를 위하는 것이라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이 교육의 본령 아니겠는가? ‘Sorry, We missed you’는 택배노동자가 고객을 놓쳤다는 것이 원래 뜻이지만 뒤집어 생각해 보면 누군가가 제공하는 노동을 통해 삶을 영위하고 있는 우리가 그 노동의 의미와 고마움을 놓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을 터, 변변한 휴게실 하나 없이 열악한 환경에서 불과 4~5명이 수백 인분의 급식을 만들고 있는 조리사 선생님들의 노동을 우리는 너무나도 비정하게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필자는 2019년 학교비정규직 총파업 당시 근무하던 서흥초등학교에서 이 학생의 글과 거의 같은 맥락의 가정통신문을 쓴 적이 있다. 6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와 우리 교육은 무엇이 달라져 있는가?
노동의 가치를 놓치지 않고 존중하는 교육
둔산여고 학생이 글에서 밝힌 대로 조리사들의 쟁의는 “힘들어서 그만두겠다”라는 선언이 아니라, “조금 더 인간답게 일하고 싶다”라는 절박한 요청이다. 이 학생은 조리사들이 더 나은 작업 환경을 요구할 권리가 있고 그러하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경청이라 했다. 자신이 당장 겪는 불편을 앞세우는 것이 아니라 불편 이면의 자신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삶을 바라보는 것,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노동의 가치를 공감하는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학생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바로 우리의 희망이다. 타인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나의 불편을 감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보다 더 큰 교육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삶이 이름 모를 누군가의 노동 속에서 영위되고 있음을 알아가는 것, 노동을 존중하고 그 노동을 수행하는 노동자들에게 감사를 표현할 수 있는 태도를 키워가는 것, 그래서 그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함께 연대하는 것을 배우는 공간이 학교여야 한다. 다시 한번 둔산여고 그 학생의 마음으로 되뇌어본다. Sorry, We missed you!
.gif)
.jpg)
.jpg){kind=small}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