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이 땅의 교사가 또 다시 죽음을 선택했다. 근래 6년 동안 100명의 교사가 극단 선택을 한 것도 모자라 2023년 ‘서이초’ 새내기 교사 사망 이후 ‘교권 5법’의 시행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전국 초중고 교사의 막다른 선택이 지속되고 있다. 이번 주요 원인역시 학부모의 민원에 따른 밥도 제대로 못 먹는 고통이었다. 최근 제주 중학교 40대 교사 극단 선택의 유언장에는 “학부모 민원 지속에 고통”을 호소했다. 이제 이 땅의 교직은 생명을 담보로 하는 극한 직업으로 변질되었다. 문제는 앞으로 또 다른 희생자가 누구일지 모르는 비극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지난달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해 공개한 주요 언론의 보도에 의하면 많은 교사들이 과중한 업무와 스트레스 등으로 매년 100명 이상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재직 중 사망한 교육공무원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 5년간(2016~2020년) 총 657명의 교사가 재직 중 사망했다. 매년 평균 131명으로, 사흘에 한 번씩 교사가 사망한 셈이다. 이는 전체 인구의 사망률보다 높은 수준으로 2019년 기준 25~65세 인구 10만 명당 사망자는 205명이었지만, 교사는 10만 명당 379명이 사망했다.
상기 제주의 한 중학교 교내 창고에서 교사가 숨진 채 발견됨으로써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제주지부는 그의 유언장에 적시된 내용으로 보아 이번 사건을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과 비슷한 사례로 보고 있다. 전교조 제주지부는 성명에서 “고인이 어떤 고통을 견뎌왔는지는 함부로 다 헤아릴 수 없지만 교사가 자신의 자리를 지키다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 교육이 서 있는 현실을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며 “고인을 둘러싼 교육적 갈등과 심리적 부담이 어떤 상황에서 벌어졌는지를 고인과 유족 입장에서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제 대한민국의 교직은 결코 선호의 대상도 존경의 대상도 아니다. 이 땅의 교사 누구든 언제 희생자가 될지 모르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압도한다. 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죽음을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하기까지의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돌아가 언제까지 이 땅의 교사들이 학부모와의 갈등과 민원으로 죽음을 마지막 수단으로 선택할 것인가? 이제는 이 나라 초중고의 교사들에게 더 이상 죽음을 허용해서는 안 되는 획기적이고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 땅에서는 교사의 죽음 순간마다 명복을 빌고 재발 방지를 공언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여전히 죽음의 찬가를 노래하듯 ‘교사 때리기’와 ‘학교 사법화’에 앞장서는 일부 학부모들에게는 ‘강 건너 불구경’이고, ‘내 새끼 지상주의’에 따른 갑질과 이기주의적 행태, 악성 민원, 장기간에 걸친 소송전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자행되고 있다. 여기엔 어떤 ‘교권 보호법’도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 교사들은 그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追鷄之狗)’ 격이다.
이 땅의 학부모들이 교사에 대한 배려와 존중은 사라진지 오래다. 모든 것을 자기 아이 위주로 판단하고 결정해 과도한 갑질과 민원 제기, 소송전은 이 땅의 교사들을 서서히 고사(枯死)시키고 있다. 초법적 위치에서 교사와 교육위에 군림하는 자세는 이 나라 교육을 망치는 위해(危害) 행위로 도무지 멈출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학부모들은 교육 전문가인 교사에 대한 존중과 생활지도 방식에 참고 기다리는 인내와 배려가 필요하다. 민원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다고 교사 개개인의 나약함을 탓하기 전에 부디 역지사지하는 마음으로 막다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는 ‘교권 없는 교사’들을 측은지심으로 바라보는 착한 사마리아인 학부모가 될 수는 없는 것인가?
이제는 ‘동병상련’이라 하듯이 이 땅의 모든 교사들이 지위 여하를 떠나 더욱 압도적인 전문성 신장에 박차를 가하고, 학부모와의 대화나 상담에서 감동과 울림을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학생 친화적인 학교문화가 먼저다. 동시에 정부나 교육 당국은 강력한 ‘교권 5법’의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또한 교사들 역시 집단지성의 교원단체를 중심으로 안정과 생명을 지키는 자구책에 나서야 할 것이다. 교단에서 아이들과 함께 꿈을 이루지 못하고 극단 선택에 이른 제주 중학교 교사의 영전에 삼가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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