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엘리트 양성’ 교육은 성공한 것인가? 아니면 실패한 것인가? 그동안 우리 교육은 이 땅에 수많은 엘리트들을 배출해 냈다. 그들은 어쩌면 인간 승리의 주인공이자 영웅인지도 모른다. 왜냐면 어려서부터 그 치열한 경쟁교육에서 살아남기도 어려운데 하물며 당당한 인재로서의 위상을 떨치며 이 사회의 엘리트가 되기까지는 뼈를 깎는 절차탁마의 노력을 통해 적자생존과 각자도생의 야만적인 경쟁에서 승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우리나라 학생들은 공부를 잘한다. 3년마다 발표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37개국 만 15세 학생들을 대상으로 치르는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늘 최상위권이다. 가장 최근 치러진 2022년 PISA에서 한국은 수학 2위, 과학 2위, 국어(읽기) 3위였다. 하지만 PISA 순위가 발표될 때마다 ‘수학 성적이 올랐다’ ‘과학 성적이 떨어졌다’ 하며 학업 성취도에만 관심이 쏠리지만 정작 그 이면에 다른 중요한 지표들이 있다는 사실은 간과하기 쉽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KEDI)이 PISA 데이터를 교과 지식, 학습 역량, 타자와의 관계, 주체적 자아라는 4개 영역(29개 세부 지표)으로 분류해 학생의 역량을 복합적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우리 교육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엘리트를 길러내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학생들은 다른 OECD 국가들에 비해 과목별 학업 성취도는 매우 우수했다. 하지만 타자와의 관계 맺기에 서툴렀고(교우 관계 36위, 협력 26위) 주도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능력도 부족했다(주체성 20위, 자주성 33위, 여가 생활 36위, 진로 탐색 29위). 한 마디로 공부는 잘하지만 그 능력을 타인과 나누거나 공동체를 위해 협력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는 “심은(뿌린) 대로 거두는‘ 자연법칙에 따른 인과응보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이 낳은 이런 엘리트들이 도처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어디를 가도 최고의 학벌을 가진 엘리트들이 포진해 있지만 그들이 보여주는 정치적, 행정적, 경제적, 교육적 역량은 기대 이하의 수준이다. 어떻게 그런 논리력, 공감력, 언어 구사력, 판단력과 분석력을 가지고 이 나라 엘리트 집단에 이름을 올렸는지 의심이 가득하다. 그들은 대개가 ‘헛똑똑이’일 뿐이다. 비록 영어, 수학 능력은 최고였을지 몰라도 그 밖의 멀티 지능에서는 부실할 뿐이다.
그런 배경에는 인간관계에서 특정 대학, 특정 학과의 학벌을 중심으로 선후배들이 끌어주고 우선하기 때문에 우리 사회의 엘리트들은 개인적 역량에 크게 관계없이 승승장구 출세의 길을 걷는다. 문제는 엘리트의 탈을 쓴 ‘껍데기’들이 마치 ‘알곡’인양 허세를 부리고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면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이를 반영하듯 KEDI는 우리의 공교육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세 가지 핵심 역량으로 자신의 능력과 지향점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메타인지 능력(자아 성찰 문해력), 질문을 통해 새로운 것을 습득하고 활용하는 능력(전략적 학습 문해력), 자신의 가치와 욕망을 중심으로 세계를 배열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공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재배치하는 능력(관계적 문해력)을 제시했다. 모두가 우리 사회 엘리트들이 결핍된 능력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껍데기는 가라”고 외쳤던 신동엽 시인이 되살아나야 하는 현실을 맞고 있다. 따라서 과거의 교육방식을 폐기하고 21세기에 적합한, 시대가 요구하는 알곡의 엘리트를 길러내야 한다. 토의⋅토론 능력은 기본이고 자신의 생각을 서술⋅논리적으로 전개하는 능력, 타인과의 공감능력, 대화와 타협, 절제와 균형에 의한 조정능력 등은 어려서부터 교육에 의해 삶속에 녹아들도록 교육해야 한다.
세계 0.2%의 인구로 노벨상의 25% 이상을 차지한 유대인들을 보라. 그들의 특출한 능력은 바로 ‘하브루타’라는 교육 방식에 있다. 토의⋅토론과 질의⋅응답에 의한 철저한 논리력, 창의력, 상상력 배양 교육이 낳은 결과다. 이제 K-엘리트의 기준이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한때의 객관식 ‘시험운’에 의해 획득한 명문대 학벌이 아닌 KEDI가 제시한 세 가지 핵심역량(문해력)에 의해 판단돼야 한다. 이제 K-엘리트 양성 교육은 그 허와 실에 특별한 주목을 요구한다.
.gif)
.jpg){kind=small}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