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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谷 전재학
前 인천산곡남중 교장

지난 3년여에 걸쳐 우리가 겪은 Covid19 위기는 자연의 생태계가 무너진 결과였다. 우리는 이를 얼마나 심각하게 알고 있는가?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파괴는 결국 동식물의 생태계를 파괴했고 기후 위기를 초래하였으며 그 후유증은 인간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공격인 감염병의 확산이란 재앙을 가져다 준 것이었다. 자연은 이처럼 인간의 행위에 상응하는 철저한 대가를 돌려준다. 그것은 인간이 저지른 파괴에 대한 인과응보(因果應報)인 것이다. 이로써 우리는 초현대판 ‘도전과 응전’의 학습을 치열하게 치렀다.

이는 학교와 교육의 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학교는 학생이든 교사든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교사는 교권회복을 부르짖고 학생과 학부모는 학생인권을 주장하고 있다. 언제부터 상호 간에 이처럼 심각한 상처와 피해를 주고받는 대상자로 전락했는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러한 결과의 근본적인 원인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필자는 현재처럼 교사와 학생, 학부모가 자신들의 권리를 되찾겠다고 나서고 서로 간의 최악의 관계를 맺게 된 것은 결국 삼자 간에 인간 존엄에 대한 예절이 사라졌기 때문이라 믿는다. 즉, 교육공동체의 인간관계에서 지켜야 할 예절이 붕괴됐기 때문이다.

인간관계에서 서로에 대한 예절은 삶의 기본이다. 예컨대, 살아가면서 연애 전에는 상사 모시듯 하고 연애 중에는 동기 대하듯 하다가 결혼 후 하인 부리듯 하면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병상에서 외롭게 과거를 후회하게 될 것이라는 것 말고는 달리 생각할 게 없다. 마찬가지로 현재 초·중·고 학생 수가 급감함으로 인해 고등학교와 대학에서는 입학 전에 학생을 예의 바르게 모셔오려는 경쟁이 심하다. 그런데 입학 후에 모셔온 학생에게 인간의 존엄을 가르치지 않으면 졸업 후 학교와 교사에 대한 평판은 계속 나빠져 결국, 구조조정의 냉혹한 파도를 넘지 못해 표류하게 된다. 여기서 소위 성공하는 학교, 명문교의 위상이 갈라지게 된다.

이제 학교는 구성원의 인간관계 정립에 새로운 관점이 요구된다. 학생을 과거처럼 단지 미성숙한 존재로 보고 그들을 위계관계상 하급자로 대우하는 것은 심각한 부정적 결과를 남긴다. 왜냐면 이런 생각은 성인인 교사가 미성년인 학생들로부터 예절을 받기만 하려 하기 때문이다. 역으로 교사가 예의가 없는데 학생이 교사에게 예절을 잘 지키기를 바라는 마음은 이기적이고 부당하다. 단적인 예로 인사는 먼저 보는 사람이 하는 것이 예의다.

학생만이 교사에게 먼저 인사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구시대적 가치관이자 갈등 초래의 요소다. 한마디로 교사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네고 대화를 시작하는 학생에 대한 현대식 예의가 필요하다. 이젠 교사가 공부의 신이 되어 학생들에게 적절한 동기부여를 하며 공부 잘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시간을 관리하는 방법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교사 자신의 올바른 인성 확립이 더 중요하다. 왜냐면 학생들의 바른 인성은 교사의 학생에 대한 예의에서 시작되고 나아가 긍정적인 수업평가와 평판도 교사가 예의를 갖춤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교사가 학생과 학부모에게 예절을 솔선수범하면 교육상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실제로 현직 교사 중에는 그 사례를 경험하고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 예컨대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고 경어를 사용하는 것이 그 단적인 사례다. 물론 그렇지 못한 경우엔 여전히 과거 방식에 따른 예절 관념을 소유하기 십상이다. 예의 바른 학생, 학부모가 있다는 것은 청정 1급수에만 산다는 천연기념물 열목어가 있다는 것과 같다. 파괴된 생태계에 열목어가 돌아온 것을 보고 하천이 1급수가 되었음을 알듯이 예의 바른 학생과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의 생태계가 복원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학생의 살아있는 모델이자 큰 바위 얼굴이 되어야 하는 교사부터 적절한 예의를 실천궁행하는 것이 단연코 먼저여야 한다. 특히 지금처럼 전례 없이 무질서한 바닥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학교와 교육의 생태계를 복원하려면 말이다. 우리 교육, 이제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