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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谷 전재학
인천 산곡남중학교 교장

시작은 항상 거창했다. 우리 역사상 정권이 새로 들어서면 내세우는 교육개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현 정부도 3대 국정 핵심과제의 하나로 교육개혁을 전면에 등장시켰다. 하지만 정작 잔칫상에 먹을 것이 없다고 하듯이 발표되는 정책은 항상 ‘그 밥에 그 나물’로 기대감을 크게 실망시켰다. 도대체 왜 이렇게 교육개혁은 쳇바퀴 돌듯이 공회전하는 것인가?

현 정부 출범 후 교육부가 보여준 일련의 행태에 현장 교사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수많은 정책을 현실에 적용해야 할 교사들이 무관심이거나 혹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으니 효과를 기대하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교육개혁에 일말의 기대를 안고 지지와 성원을 보낸 국민은 허탈한 상태다. 확고한 교육 철학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펼쳐지는 교육정책은 교육의 본질에 다가서지 못하고 그 언저리만 빙빙 돌 뿐이다. 하기야 얼굴 화장만 고친다고 그 사람의 본질이 달라지던가. 문제는 교육개혁 실패 원인이 국민과의 진심 어린 대화와 타협이 없기 때문이다.

교육부의 수장은 적어도 교육에 관해서는 이 나라 최고의 전문가다. 그런데 검사 출신의 대통령을 가리켜 오랜 범죄 수사에 따른 ‘교육 전문가’라고 치켜세웠고 자신도 대통령으로부터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이는 스스로 최고의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는 고백이고 세속적인 겸손이라기보다는 정체성과 교육 철학이 결여된 아부에 지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교육의 전문가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빈약하다. 예컨대 대학 입시 문제에 큰 그림을 제시하기보다는 ‘킬러 문항’만 없애면 해결될 것처럼 말하고 사교육과의 이권 카르텔을 엄벌로 다스리겠다는 전사의 투지만을 불태웠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수능을 몇 달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 일선 교사들을 ‘멘붕’ 상태에 빠뜨렸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했던가.

정부는 ‘사교육 카르텔’만 척결하면 교육이 바로 설 것처럼 부르짖지만 정작 사교육 과열을 부추겨온 자사고와 특목고는 존치한다고 발표했다. 지금의 교육정책들은 교육적 가치가 충돌하고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은 정책들이 버젓이 일선 학교로 하달되고 있다. 교사들은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이제는 아예 실행 의지조차 없다. 방향감각을 상실한 각종 교육정책은 퇴행적인 ‘헛발질’에 지나지 않는다. 보수 언론의 지원으로 교육부는 변죽만 울리는 엉뚱한 대책만 늘어놓고 있다. 실효성도 없고 지엽적인 데다 모든 것이 학생과 학부모, 교사 교육 주체들끼리의 반목과 갈등을 초래할 우려가 큰 것들이다. 예컨대 교권 침해자를 학생부에 기록하는 것도 일선 교사들의 60%가 반대하고 있다. 이는 각종 갈등과 소송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교육의 사법화 후유증이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최근 초등학교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가져온 교권 침해 사례를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고 악성 민원이나 무고성 신고를 한 학부모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것은 정책 역량이 부족한 교육부의 한계를 스스로 고백한 셈이다. ‘교육의 사법화’는 학교를 법적 분쟁의 장으로 내몰아 교육의 기능을 마비시킬 것을 어찌 예측하지 못한단 말인가. ‘교육의 사법화’에 물꼬를 튼 학교폭력은 포화 상태에 이른 변호사 시장의 ‘블루오션’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가 활동 중이고, 웬만한 학교마다 자문 변호사를 통해 사안에 대응하고 있다. 이젠 교권 침해 전문 변호사가 그 뒤를 이을 차례다.

교육부의 “교사가 수업 중 학생의 스마트폰을 분리, 보관할 수 있다는 생활지도 고시를 검토하겠다”는 발표도 무지의 극치다. 이는 많은 학교에서 조례 조항에 별도의 규정을 만들어 이미 시행하고 있는 사안이다. 현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 교사와 학생 간 토론과 합의를 통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에 자꾸 법을 만들어 남발하는 게 교육적인지 성찰이 필요하다. 결국 ‘법 만능주의’는 교육과 상극이다.

학생인권조례를 필요악으로 만드는 것이 부족해 스마트폰을 교권 침해의 주범으로 지목해 압수하면 해결될 거라는 단순한 발상은 디지털 대문명 시대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교육의 사법화’ 강화는 교육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