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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진보는 무능하고 영리한 진보는 사악하다’는 말이 있다. 교육계 진보진영 대표 주자를 자처하는 곽노현 서울교육감은 어디쯤 속할까.

최근 서울교육청을 들여다 보면 여기에 ‘생계형 진보는 뻔뻔하다’는 수식어를 추가해야 할지도 모른다.

측근 비서관들을 대거 승진시키고 공립교사로 특채하는가 하면 선거 때 공을 세운 인사들에게는 관직을 펑펑 나눠준다.

교육감에게 주어진 법적 권한을 최대한 활용, 우호적인 교원들은 학교를 떠나 수년씩 교원단체서 활개를 친다. 반대로 눈밖에 난 관료들은 변방에 부처되기 일쑤다.

교육청엔 이제 ‘예스 맨’만 넘쳐날 판이다. 어쩌다 ‘私교육청’이란 말이 무색할 지경이 됐다. ‘인사는 과학이고 미학’이라며 원칙과 청렴을 중시했던 곽 교육감이 불과 1년 반 만에 공정택 전 교육감에 버금갈 만큼 추락해 버린 느낌이다.

돌변한 그에게 교육청 직원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한다. 소곤소곤 일을 꾸민 뒤 교육감 이름표 달아 ‘검토해 보라’고 던져주면 배겨낼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 직원은 욕 먹을 각오를 했는지 몰라도 뭔가 쫒기는 듯 밀어 붙이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이번 곽 교육감의 인사를 보면 납득하기 힘든 구석이 한 두군데가 아니다.

특히 해직교사 2명과 측근 비서 1명을 공립교에 특채한 과정은 대단히 작위적이다. 국가보안법으로 해직된 박모씨는 공립특채 때 우수한 교육 경력실적을 강조하기 위해 급히 지난 학기에 6개월간 기간제교사로 채용했다.

교육청은 박모씨가 대단히 모범적인 교사생활을 했다며 공립특채 서류에 기재했다. 박모씨는 공교롭게도 자신이 지난학기 기간제로 근무했던 S고에 3월1일자로 정식교사 발령을 받았다.

비서 이모씨의 경우는 더욱 이상하다. 그는 자신이 다니던 학교에 사표를 내고 나온 인물이다. 자사고 지정에 반대한다는 뜻에서 교직을 그만 뒀다고 한다.

스스로 교단을 떠난 사람을 서울교육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공립교사로 채용했다. 혁신학교 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기여했다는 이유다. 그가 공로를 인정받아 정년이 보장되는 공립교원이 되는 동안 이 일에 매달렸던 교육청 직원들 중 흔한 교육감 표창하나 받은 사람은 없었다.

이번 특채 인사는 지난 교육감 선거 결과의 보상 성격이 짙다. 실제로 곽 교육감은 당선되자 마자 교육청 실무진에게 박모와 조모교사의 특채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이성희 부교육감은 법적하자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거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후에도 곽 교육감은 기회 있을 때마다 요구했고 번번이 실무진의 반대에 부딪혔다.

2일자로 비서진에 합류하는 안승문 특보 역시 곽교육감 당선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그는 당초 유력한 비서실장 후보였으나 진보진영내 심한 견제로 자의반 타의반 야인 생활을 해야 했다.

곽 교육감으로서는 선거 빚을 갚은 셈이다. 비서실직원들의 6급 승진 추진도 같은 맥락이다. 논공행상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곽 교육감의 이번 인사는 국민 정서와 크게 궤를 달리하면서 비난과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법보다 앞서는 국민정서를 간과한 그의 결정은 민심을 크게 악화 시켰다.

보통 9급에서 6급까지 오르는데 20년 이상 걸리는 것을 비서들은 단 1년 여만에 꿰찼다.

수십년을 기다려온 많은 7급 공무원들의 꿈을 그들은 가로챘다. 그가 명분도 실리도 모두 잃어버린 惡手를 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장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