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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에스더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

1. 증명해야 하는 삶

저는 한국인이지만 케냐의 오지마을인 코어라는 곳에 입양되어 한국인의 정체성과 케냐인의 정체성을 가진 다문화인으로 한국 이름은 박에스더, 케냐이름 아하도 사하도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서 30년 가까이 살다가, 10년 가까이 케냐 친구들의 교육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 친구들의 처지에서 목소리를 높이며 살다 보니 때때로 저는 아시아인인지, 흑인인지 나는 누구인지를 고민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리고 사회적 소수자들의 곁에 서서 목소리를 내는 것을 좋아하며, 글을 쓰거나 함께 울며 사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많은 분들은 그래서 당신은 뭐 하는 사람인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인가? 생각하실 겁니다. 그렇다면 전 다시 서류를 들고 절 증명할 것입니다. 저는 교원자격증이 있으며, 중등 교사로 일한 지 17년 차 되었고, 서울시교육청 소속 공립학교인 월촌중에서 근무하다가 현재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 파견 나왔다가 1년 더 연장근무를 하게 된 박에스더라고 합니다. 이렇게 제 소개를 하면, 그제야 저를 의심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 다문화학생들의 손실에 관해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다문화’라는 하나의 행정적 명칭이 이름표가 되어버린 사람들은 늘 자신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증명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코로나 팬데믹이 어떤 사람들에겐 고립이다, 고립되어서 삶의 변화가 너무나 크다고 하지만 제가 만나는 어떤 학생들은 코로나 전과 후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삶은 고립되어 있던 사람에게 코로나 팬데믹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하 내용은 월간 교육평론 2022년 3월호에 게재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