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 서울 미림여자고등학교 교사
발문
교사는 지식을 가르칠 수는 있으나 의사 결정까지 가르치거다 개입할 수 없다. 그보다는 의사 결정 능력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토론하고 토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자신의 가치를 대변하고 실현시켜 줄 것으로 예상되는 후보자를 지지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신의 가치가 감정에 치우쳤고 매우 일시적이고 즉흥적인 것은 아닌지 성찰하게 해야한다.
1990년대 후반이나 2000년대 초반 수업 시간에 서태지와 아이들 혹은 H.O.T 같은 아이돌 그룹을 거론하면 대부분 학생들이 흥분하고 즐거워하며 환성을 지르는 모습을 보여, 수업 집중도가 떨어질 때 그들의 이름을 이용하곤 했다. 하지만, 최근 특정 연예인, 예를 들어 ‘방탄소년단 좋아하니?’라고 물어보면 소수의 학생들은 좋아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다른 학생들은 그저 그런 표정을 지을 때 나의 예상과 달라 의아한 경우가 많아졌고, 이제는 이러한 상황에 나를 적응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학생들의 연예인에 대한 태도를 작은 일례로 현 사회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과거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통일성, 혹은 획일성이 어느 순간 복잡성과 다양성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0년 4월 15일 총선거는 만 18세 청소년, 즉 고 3학생 중 일부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상태로 등교개학이 연기되어 학생들과 선거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없었던 것이 어떤 측면에서는 아쉽고, 어떤 측면에서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위험부담을 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유권자인 학생과 정치적인 이야기를 나눌 경우, 그 이야기가 교실이나 학교의 담을 넘어 해당 교사의 정치적 성향이 가정에 전달되고, 더 나아가서는 학교 밖 정치 집단에게 전달되어 다시 학교와 해당 교사에게 압박이 가해질 것이 예상된다. 이와 같은 예상은 선거라는 직접적인 정치 문제가 아니어도 학교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인헌고 사태’는 이런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하 내용은 월간 교육평론 5월호에 게재됨>
편집자주
이 글은 진선미의원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거연수원, 한국사회과교육학회가 공동으로 주최한 ‘18세 선거권 이후 청소년 정치교육의 방향 및 과제’(2020.7.17.)의 주제발표문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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