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는 아이들의 뒷모습 두 번째 이야기
지난주에 이어집니다.
아이를 돌려보내고 바로 여학생 화장실에 올라가 보았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오는 아이들에게 지금 담배냄새가 나냐고 물어보았는데 안 난다고 합니다. 벌써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한 것입니다. 신경질 나고 속에서 열불이 나지만 화내지 말자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학교를 한 바퀴 돌아보는데 문득 게릴라 콘서트를 그곳에서 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월 1~2회 그룹사운드 아이들과 점심시간에 노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 그래 장소를 바꾸어서 한번 해보자 생각하고, 그날 바로 점심시간에 앰프와 마이크를 가지고 2학년 여학생 화장실 앞에 가서 금연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아무에게도 사전 공지 없이 공연을 했습니다. 노래를 시작하자 아이들이 호기심 있는 표정으로 구경하기 시작했습니다. 10여 분이 지나자 아이들 50여 명 관객이 생겼습니다. 아이들은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가며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입니다. 공연이 끝나자 교실로 돌아가면서 “야! 대박이다” 하면서 즐거워했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나니 아이들이 노래했던 동영상과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려 전교생이 여학생 화장실 앞에서 금연 콘서트 한 것을 다 알게 됐습니다.
동영상을 본 지인이 이참에 아예 금연송을 한번 만들어 보면 어떠냐고 제안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작곡가 안영민과 친분이 있는 중화고등학교 출신 선배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곡을 한번 만들어 보자는 제의가 있었습니다. 가사를 쓰라고 해서 처음에는 능력이 안된다고 거절을 했습니다. 그러다 아이들 상담한 내용을 그대로 적으면 되지 않겠냐는 생각 들어 가사를 써 보았습니다.
평소 담배 문제로 자주 말했던 말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 이렇게 시작을 하고 나자 상담할 때 아이들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면서 30분도 안 되어 금방 가사를 썼습니다.
다 되는데 담배는 안 되는 것 같다
등나무 밑에 가면 하얀 담배꽁초가 이놈의 자식들 혼을 내야지만 막상 보면 천진한 얼굴
그들의 이야길 들어보면 참 안쓰러운 맘 자신도 모르게 담배에 사랑을 갈구하는 것
걱정하지 마, 할 수 있단다, 염려하지 마 할 수 있단다
도망가는 너희들의 뒷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어른들이 해주지 못했던 일 그건 바로 사랑일거야
-금연송 노타바코 가사 中
가사는 노래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곡은 가수 김그림과 듀엣으로 함께 불렀습니다. 작곡가님 기획사에서 좋은 뜻으로 선물을 주신 것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노래로 학교 축제 때 쇼케이스로 김그림과 함께 무대에서 같이 노래할 수 있는 기회까지 갖게 됐습니다.
이렇게 발표된 노래는 운이 좋게 경향신문에 소개되어 화제가 됐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이 노래에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경쾌한 기타 소리, 그리고 가사를 보며 자신들을 이해하는 느낌이 드는지 “선생님 노래 정말 좋아요” 하면서 음원을 받았다며 연예인 대하듯 친근하게 다가왔습니다.
이 노래를 통해 아이들에게 담배 피우지 말라는 억압적인 것 보다는 의미를 담은 메시지가 더 아이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노래가 발표되고 담배가 줄었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에게 담배 피우다 걸리면 하루 종일 노타바코 노래 부르는 것이 지겨워서 그런지 조심한다고 하면서 웃습니다. 요즘 이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자주 생기고 있습니다. 어떤 때는 노래를 부르다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할 때가 있습니다. 아마 이런 마음이 아이들에게 전달되어 학교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조심해주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요즘 실용음악과 남수와 노타바코 노래를 같이 연습하고 있습니다. 연습하면서 살짝 “너 담배 피니” 하고 물었는데 머뭇거리더니, 피운다고 하네요. 남수도 이 노래를 부르다가 담배를 끊기를 기대해 봅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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