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피우다 도망가는 뒷모습,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였을까
지난주 학교에서 주변 학교 선생님과 생활지도 협의회가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흡연에 대한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최근 화제가 됐던 금연송 ‘노타바코’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그래서 기타를 치며 노래를 들려주고 난 후 금연송이 만들어진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2012년 9월 일반계 고등학교 교장으로 발령을 받았는데 학교폭력으로 생활지도가 참 힘들었습니다.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 합심하여 어렵게 학교 폭력이 없어져 학교폭력 예방 장관상도 수상하고, 선생님들에게 대드는 아이도 현저히 줄었습니다. 장관상 수상 제목을 ‘아이들이 순해졌어요’로 정할 정도로 아이들이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손을 못 대는 큰 고민거리가 있었습니다. 흡연 문제였습니다. 학교 규정은 세 번 흡연하다 적발되면 퇴학조치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선도위원회가 주마다 열리고 흡연으로 학교를 떠나야 하는 일이 빈번하게 생겼습니다. 거의 매일 담배와의 전쟁을 치렀습니다.
학교 입구에 있는 건물 2층 화장실과 본관 건물 뒤쪽에 가면 항상 담배꽁초가 가득했습니다. 어느 날 건물 뒤쪽 화단 모서리에서 담배 피우는 아이와 마주쳤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민망했습니다. 안 본 것으로 하고 싶은데 아이가 도망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일단 교장실로 같이 왔습니다. 벌써 2회 적발됐다 합니다. 기가 막힌 것은 작년에 세 번 적발되어 교칙에 따라 1년간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위탁형 대안학교에 갔다 온 아이였습니다. 살려달라며 집에서 알면 자기는 죽는다 합니다. 그날 한의원에서 금연침을 맞는 것, 한 달 동안 남자 화장실을 도는 비밀 정보 요원으로 활동하는 것으로 약속하고 매듭지었습니다.
담배 때문에 자주 상담했던 충식이에게 물었습니다. 정말 해결하고 싶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한참을 생각하다가 “담배를 끊고 공부도 잘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각각의 문제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적어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담배를 생각하면 우울하다고 합니다. 또한 공부를 생각하면 답답하다 했습니다.
흡연 중독은 의존의 극단적 표출 상태로 엄마 젖꼭지 대용이라는 심리적 분석 자료를 보고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담배와 관련된 아이들이 대부분 학교에서 선생님은 물론이고, 엄마와 관계도 대립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흡연 문제로 아이들에게 사형과도 같은 퇴학이란 강수를 두어도 ‘그래 그만두지 뭐’ 하고 학교를 포기해 버리는 안타까운 상황까지도 가게 됩니다. 아이들과 깊은 상담을 하게 되면 그 이면에는 친구문제, 가정 문제 등에 대한 해결하지 못하는 마음의 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담배를 심리적 안정감과 위안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상담과 동시에 담배꽁초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금연 캠페인 하는 아이들, 생활지도부 선생님들과 학교를 돌며 담배꽁초가 보이면 바로 줍고 치우는 일을 반복했습니다. 이때에도 흡연하는 아이와 마주하게 되면 정말 밉지만 아이들을 쫓아가지 않고 혼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1년이 지나니 어느 정도 담배꽁초가 줄고 아이들이 학교 복도에서 담배 냄새가 많이 줄었다는 평을 했습니다. 그럼에도 화장실에서는 담배 연기가 심심치 않게 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2학년 여학생이 교장실에 슬그머니 들어와 할 말이 있다 했습니다. 여학생 화장실에 담배 연기가 너무 많이 나 점심 식사 후 양치질을 못 하겠다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정말 아이에게 미안하고 창피했습니다. “그래, 선생님이 자주 올라가 보고 신경을 떠 쓸게” 하면서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돌려보냈습니다.
다음 주에 이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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