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교장실 벽면에는 전교생의 꿈이 쓰인 포스트잇 800백여 개가 붙어 있습니다. 지난 4월, 전교생 꿈 찾기 프로젝트 활동 후 모아 붙여 놓은 것입니다. 꿈이 아주 다양합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이 제일 많습니다. 그리고 각 분야별 바텐더, 디자이너 등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합니다. 매일 아침 아이들 꿈을 보면서 일과를 시작합니다.
이젠 교장실이 아이들 놀이터가 됐습니다. 문자로 지금 가도 되는지 물어보는 아이들도 생겼습니다. 혼자보다 둘이 오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아무래도 교장실에 혼자 오는 것은 부담스럽고 뭔가 잘못해서 오는 느낌이 있는 모양입니다.
선미와 윤경이가 진로에 대해 상담받고 싶다며 들렀습니다. 각각, 오전·오후로 나눠 오라 했지만, 혼자 오는 것이 부담스러운지 같이 상담하면 안되겠냐 물어봅니다. 그래서 그렇게 하자 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속 깊은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부담스러운 면이 있었지만, 모험놀이 위주로 진행해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선미는 날씬한 몸매였고, 윤경이는 선머슴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먼저 몇 가지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윤경이에게 먼저 눈을 감게 하고, 선미와 내가 손바닥에 동전을 숨겨 어느 손에 동전이 있는지 맞추는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한 사람이 안대를 쓰고 바닥의 장애물을 피해 목적지까지 안내하는 ‘장애물 건너뛰기’ 활동을 역할을 바꿔가며 했습니다. 모두 재미있어했습니다.
자리에 앉아 느낌을 물었습니다. 선미는 상담이 신선하고, 놀이가 재미있다 합니다. 윤경이는 무거운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아니라 좋고, 스트레스가 풀린다 했습니다.
50여 장의 긍정적임 문구가 있는 천사카드를 꺼내 두 장씩 뽑게 했습니다. 선미는 효율성, 치유라는 단어를 뽑았습니다. 떠오르는 문장을 쓰게 했습니다. 효율성엔 무언가 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이라 하고, 치유는 오늘 상담으로 스트레스가 조금이나마 풀렸으면 좋겠다 했습니다. 기대감과 아름다움을 뽑은 윤경이는 유명한 미용사가 되어 엄마에게 기쁨을 주고, 아름다움은 자신감을 표현하는 것이라 했습니다.
자신들이 쓴 내용에 동그라미를 그린 다음 느낌을 쓰게 했습니다. 선미는 재미있다, 윤경이는 걱정스럽다 했습니다. 각자 재밌었던 적에 대해, 또 걱정스러웠던 일에 대해 쓰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미의 즐거운 추억은 가족과 함께 여행 갈 때, 친구들과 사소한 이야기를 했을 때라 합니다. 윤경이는 아빠의 폭력으로 가족들이 상처받은 것, 이혼, 친구들의 배신이 걱정스러운 일이라 했습니다.
아이들이 후회하는 것은 공부를 포기한 것이라 합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알바를 했고, 일이 힘들어 학교에 가면 자게 되면서 저절로 공부를 놓았다 합니다. 아이들은 호텔 바텐더와 바리스타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했습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아이들마다 각각 나름대로의 사연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 첫 문장이 생각납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고 소설은 시작합니다.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한결같이 친구라고 합니다.
그래서 학창시절 친구는 인생의 가장 희귀한 보물인 모양입니다.
◆ 이렇게 합니다.
1. 조용한 곳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 놓습니다.
2.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을 종이 위에 적습니다.
- 어려워하는 친구를 어떻게 도와줄까?
- 내 친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 이번 주말에는 무엇을 할까?
3. 그런 다음 가까운 공원이나, 교회, 도서관 등에 20분 정도 산책을 합니다.
4. 질문지를 다시 보고 조용히 답을 합니다.
◆ 주의사항
이 활동은 자신의 마음을 조금 더 여는데 상당히 유용한 활동입니다. 무슨 문제가 생겼을 때 바로 반응하지 않고 질문으로 만들로 종이에 써 보면 의외의 대답을 들을 수 있는 행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시간은 30분, 장소는 조용한 곳,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가능합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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