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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곽노현식 교육개혁 현장선 노 땡큐
‘지나친 경쟁’ ‘가혹한 징계’ 교원들 피로감

이주호 장관과 곽노현 교육감을 싸잡아 표현하면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적어도 일선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그렇다.

이명박 정부 출범과 함께 이주호 KDI 교수가 청와대 교육수석과 교과부 차관-장관을 거치면서 사실상 교육대통령으로 군림하는 동안 학교교육은 극단적인 경제논리가 광풍처럼 몰아쳤다.

자율형사립고를 붕어빵 찍어내듯 하더니 ‘고교 다양화 300’으로 일반계고등학교의 존립 기반을 송두리 째 흔들어 버렸다.

입학사정관제와 교원평가를 무리하게 밀어붙여 이젠 죽도 밥도 아닌 지경으로 흐르고 있고 교육과정을 뜯어 고치면서 3월 신학기, 학교마다 몸살이다.

느닷없이 교과교실제 한다며 학교를 공사판으로 만들고 에듀파인에 이은 맥락 없는 차세대 나이스로 대한민국 교사들을 '먹통 컴퓨터'의 포로로 만들어 버린 장본인이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이주호 장관은 교육현장에서 가장 기피하는 인물 중 하나였다.

교사들은 교육정책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출처가 교육청이건 다른 정부기관이건 상관없이 이 장관을 향해 비난을 퍼부었다.

하루 24시간, 놀라운 집중력으로 교육에 몰두하는 이 장관으로서는 참으로 억울한 지경이었다.

실제 이 장관은 객담이나 주고 받을 가벼운 식사자리에서 조차 교육에 대한 고민과 해법을 한순간도 놓지 않을 만큼 순수한 열정의 소유자다. 그러나 교육계는 그에게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방송통신대 교수에서 일약 서울시교육감에 오른 곽노현 교육감의 처지도 요즘 비슷하다.

이 장관이 교단에 감당하기 힘든 피로감을 안겨줬다면 부패 척결을 트레이드 마크로 내세운 곽 교육감은 도를 넘어선 ‘가혹한 사정’으로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는 지난해 7월 이후 교원인사, 불법찬조금, 수학여행, 시설공사, 학교생활기록부, 인조잔디, 에어컨및 플로링공사, 회계부정, 사학경영 등 학교 운영 전방위에 걸쳐 저인망식 감사활동을 벌였다.

연인원 수 백여명이 가벼운 징계부터 파면에 이르기 까지 처벌을 받았고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곽 교육감 체제의 징계는 가차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전 같으면 경고 정도로 끝날 것도 지금은 중징계를 피하지 못 한다고 한다.

걸렸다 하면 승진이고 뭐고 국물도 없다. 한 관계자는 “징계수위가 이전에 비해 한 두단계 올랐다고 보면 딱 맞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보니 파면, 해임도 부지기수다. 모 고등학교 교장은 억울한 마음에 변호사를 샀다가 수천만 원의 사기를 당해 폐인이 되다시피 했고, 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던 전직 교육장은 40년 교직인생을 한 순간에 날려 버린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루 2만 5천여명이 접속하는 시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몇몇 학교의 감사결과 내용이 실명과 함께 낱낱이 공개돼 있다.

교장과 행정실장이 3만 8천원 어치 양주 두 병과 과자를 사가지고 장학사를 찾아갔다가 징계를 받은 시시 콜콜한 사연까지 기록한 감사보고서가 버젓이 깔려있다.

해당 학교 구성원이나 학부모들은 참을 수 없는 모욕과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학교의 잘못을 널리 알려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라고 하지만 어처구니 없을 뿐이다.

물론 감사관실 직원들도 고충이 이만 저만  아니다. 모임에 나가면 ‘좌파 백정’이란 모욕적인 비난을 듣는다고 한다.

한 직원은 “주위의 비난은 참을 수 있지만 수년전 자료까지 찾아내 선배교사의 옷을 벗겨야하는 데서 오는 인간적 괴로움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털어놨다.

교육감의 반부패의지는 누구나 공감하지만 의도성 없는 과실까지 지나치게 엄벌주의로 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장학관은 “곽 교육감 8개월동안 당근은 없고 채찍만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주호 장관과 곽노현 교육감은 젊고 청렴하고 개혁적 소신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닮은꼴이다.

부드러운 미소와 날카로운 눈매, 마음 속에 그려진 그랜드 플랜을 향해 집요하게 행군하는 모습도 비슷하다. 그런 그들이 공교롭게도 텃밭이라 할 수 있는 교육계에서 평가 절하 되고 있다.

두 사람 모두 목표의식이 너무나 분명하기 때문이다. 속된 말로 필이 꽂히면 전광석화처럼 몰아붙이는 스타일이다.

문제는 지금처럼 경주마 길들이기식 행정이나 ‘길로틴’을 앞세운 일벌백계 정책은 부분적 카타르시스만 안겨줄 뿐이라는 점이다.

교육은 ‘동행’이다. 두사람 모두 너무 앞서있다. 정부중앙청사 16층과 서울시교육청 9층 집무실에서 내려와 ‘분필 잡은 선생님’의 시각에서 교육을 봐야한다.

‘나는 장관이다’ ‘나는 교육감이다’를 앞세우기 전에 그들이 무엇 때문에 힘들어하는지, 왜 내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은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