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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학사일정 차질로 우왕자왕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태 등 국가 재난 상황에 대비한 실전훈련을 다음달 2일부터 4일까지 3일간 실시키로 하면서 전국 모든 초중고고교 학사일정이 일대 혼란에 빠졌다.

소방방재청 주관 ‘재난대응안전 한국훈련’이 실시되는 이 기간 동안 모든 학교는 지진 발생 등 각종 재난상황에 대처하는 교육을 받아야 한다. 특히 실제 상황을 가정한 지진 대피훈련이 실시되는 4일은 학생들의 야외활동이 전면 금지되는 등 강도 높게 진행될 예정이다.

문제는 실전훈련이 실시되는 5월4일, 이날로 예정됐던 일선 초중고교의 다양한 학교행사들이 훈련 날짜와 겹치면서 학교마다 곤욕을 치르고 있다.

체험활동, 수학여행, 체육대회 및 운동회, 중간고사 등 중요한 학교행사들이 일정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어린이날 행사 취소다. 대부분의 초등학교들이 5월 4일 어린이날 기념 체육대회나 운동회를 준비했다가 정부가 야외활동까지 금지하는 바람에 이를 취소하느라 한바탕 소동을 겪고 있다.

해마다 어린이날 전날이면 학부모들과 함께 개교기념 운동회를 가졌다는 서울 마포구 A 초등학교 김모 교장은 40년 이어온 전통을 올해는 어쩔 수 없이 건너뛰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올해 처음 문을 연 서울 B초등학교는 5월 4일 조촐한 개교기념식을 예정했다가 부랴부랴 일정을 연기하느라 홍역을 치렀다.

경기도에 있는 C초등학교는 학생과 교직원 전원이 참여하는 사제동행 걷기행사를 준비했으나 이 역시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또 다른 경기도 D초등학교 교장은 민속놀이 축제를 준비했으나 축제일을 3일로 하루 앞당기는 방안을 고민중이라고 털어놨다.

중고교에서는 재난대비 훈련이 중간고사 시험일자와 맞아떨어지거나 수련활동과 겹치면서 애를 먹고 있다.
서울 E중학교는 4일이 중간고사 마지막 날 이어서 시험을 하루 연기할지 말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오전 10시부터 11시50분까지 실시되는 훈련시간동안 시험을 볼 수 있는 지를 교육청에 문의한 결과 안된다는 답변을 듣고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같은 혼선은 재난대비 훈련 일정이 각급학교의 학사일정이 확정된 뒤 통보되면서 비롯된 것. 대부분 학교가 2월 이전에 올해 학사일정을 확정하는것에 비해 훈련일정이 확정된것은 이보다 늦은 2월 중순이었던 것. 여기에 당초 4월 27일부터 29일까지로 예정됐던 훈련이 국회의원 및 시도지사 재보선일정과 겹치는 바람에 5월 2일~4일로 변경되면서 혼란이 가중된 것이다.

특히 지난 2월 교과부가 각 시도교육청에 보낸 공문에서는 훈련기간 중 야외활동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빠져있어 일선학교들의 혼란을 부채질한 측면이 있다.
교과부 비상계획관실 관계자는 “재난대비 훈련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올해부터 동영상교육 등 실질적인 교육이 실시될 예정”이라며 “사전에 충분히 훈련일정을 통보했음에도 일부학교에서 학사일정의 혼선을 빚은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