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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산점에 경쟁과열, ‘수업 서열화로 교육본질 왜곡’ 비판도

초등교사들의 수업전문성 향상을 목적으로 실시되는 수업우수교사인증제가 부실한 운영으로 존립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006년부터 수업 실연 등 심사를 통해 선발된 교사에게 승진 가산점을 주고 있지만 교사들이 평가의 신뢰성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는 등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높다.

40분 수업 한번 보고 교사능력 평가는 넌센스

단 한차례 수업만 보고 교사의 수업능력을 평가하는 것이 적절한가 하는 문제 부터 심사위원들의 전문성과 채점 방식 등 초등 수업우수교인증제 운영 전반이 현장 교사들로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승진 점수를 둘러싼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양상이어서 교사의 수업능력 신장이라는 당초 목적과 달리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저해하는 역기능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해당 경기도교육청은 초등수업우수교사인증제를 둘러싼 각종 잡음과 부작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최근 제도개선 TF를 구성, 개선안 마련에 들어갔다. 도교육청관계자는 “교사들의 부담을 덜어주는데 중점을 둔 개선안을 내년 3월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승진가산점 비중을 비롯 대회 성격을 바꾸는 문제까지를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들 심사결과 불신에 ‘교육청도 이해 한다’

교사들은 수십년 경력 교사의 수업 능력을 40분짜리 수업 한번 지켜본 뒤 순위를 매기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고 지적한다. 지난 1년간 진행된 수업 과정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전제돼야 하는데 이것이 빠진 채 수업 실연 결과만을 평가하는 것은 정확성이 떨어진다고 말한다.

학급규모나 학생 구성요소, 교사나 학생의 컨디션 등 수업 집중력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데 이런 돌발변수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초등 전 과목을 평가해야 하는 심사위원들의 전문성도 수업우수교사이증제의 신뢰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각 교과의 특수성과 전문적 영역을 심사위원이 모두 파악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특히 심사가 11월에 집중돼 있는데다 일정도 짧아 일부 지역에서는 심사위원 인력난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전직 도교육청 관계자는 “국어 전공자가 음악 수업을 평가하고 체육 장학사 출신이 수학수업을 평가하는등 엇갈린 심사가 비일비재 하지만 심사위원 선정때 교과 전문성을 고려할 엄두를 못냈다”고 전했다.

심지어 수업 한 번 제대로 못해본 심사위원이 수업 실연을 평가하는 어차구니 없는 해프닝이 발생, 교사들로부터 빈축을 사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심사위원 보다 교사들의 능력이 객관적으로 더 뛰어난 경우가 많아 우리도 곤혹스럽다” 면서 “이 때문에 심사결과에 불신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학교 동료평가에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교사가 교육청 심사에서 떨어지는가 하면 심사위원들 간에도 점수 편차가 커 대상자 선정에 혼선을 빚기도 한다.

교사들 경쟁 과열, 점수 따기 수업 경연 전락

수업우수교사인증제 입상실적이 교감 승진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탓에 교사들간 과도한 경쟁도 문제로 지적된다. 교사 중심의 보여주기 수업실연으로 치우치면서 학생이 수업의 도구로 전락하는 비교육적 행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 초등교사는 “교사의 본질인 수업이 승진점수의 볼모가 되는 것 같아 자괴감을 느낀 적이 많다” 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가산점 상한점인 1.6점을 따기 위해서는 최소 7년간 내리 1등급을 맞아야 가능한 실정이어서 교사들이 갖는 정신적 피로감은 상상 이상” 이라고 일선 분위기를 전했다.

경기교육청 교사들 불만 수렴, 대책 마련 착수

초등수업우수교사 인증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해당 경기도 교육청에는 교사들의 항의가 잇달았다. 경기 K교육청 관계자는 “교사들이 심사결과에 불만을 품고 항의들을 많이 한다. 우리도 심사가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쩔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역교육청 관계자는 “심사위원들의 자질 강화를 위해 각종 연수를 실시하고 있지만 교사들 수준이 워낙 높아 기대치를 맞추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창의적 수업 분위기 확산이라는 긍정적인 효과에도 불구, 교사들의 불신이 커지자 경기도교육청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도교육청관계자는 “과열된 경쟁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단 40분 수업으로 평가하는 데서 오는 오류를 최소화 하는 대책을 검토 중” 이라고 밝혔다.

그는 "조만간 TF를 구성, 개선안을 마련할 생각"이라며 “여기에는 승진 가산점을 인상 할지, 그리고 연구대회 형식으로 전환할지 여부 등도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은 내년 3월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