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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교육의 미래는 예산에 달려 있다

대한민국은 교육열이 높기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나라다. 부모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기꺼이 사교육비를 투자하고, 청소년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꿈을 향해 달려간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교육에 대한 열망이 정작 공교육 시스템 안에서는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고 있다. 그 핵심에는 교육재정의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놓여 있다.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사람과 시스템, 공간과 기획에 투자해야 한다. 즉, 교육의 질은 결국 재정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교육재정의 확보가 절실히 필요한 것인가?
첫째,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필수조건이기 때문이다. 소득 불평등이 교육격차로 이어지는 현실은 더 내버려 둘 수 없는 문제다. 지역에 따라 교육환경이 현격히 다르고, 가정 형편에 따라 학생이 누릴 수 있는 교육 기회가 제한된다면, 이는 곧 교육의 공공성을 훼손하는 일이다. 국가가 책임지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투자하지 않는다면, 소수만이 양질의 교육을 독점하고 다수는 불평등 속에 방치되는 구조는 점점 굳어질 것이다. 아이들이 태어난 지역이나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교육 수준이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지원, 농산어촌 지역 학교 환경 개선,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 등에 대한 집중적인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
둘째,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선제적 투자라는 측면에서도 교육재정은 국가의 핵심 전략이 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AI, 디지털 전환 등 기술과 산업의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교육이 제자리에 머문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미래 세대에게 돌아간다.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서 창의력, 융합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양성하려면 교실과 교과서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사 역량 개발, 첨단 교육 인프라 구축, 디지털 교육 콘텐츠 개발 등에는 막대한 재정이 요구된다. 오늘의 교육에 투자하지 않는 국가는 내일의 경쟁력을 포기하는 것이다.
셋째, 교사의 처우 개선과 교육 현장의 안정화도 교육재정 확보의 중요한 이유다. 교육은 사람의 일이자 관계의 일이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 있어도, 이를 실행하는 교사가 소진되고 있다면 교육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최근 몇 년간 교권 침해 사례가 늘고, 교사들이 교육 외적 업무에 시달리며 소진되는 상황은 우리 교육의 위기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줄이고, 충분한 상담과 행정 인력을 지원하며, 교사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연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예산 확충은 절대적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교육재정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을까? 단기적으로는 국가 예산 배분 구조를 조정해 교육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지방 교육재정교부금에 대한 개편 논의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고등학교 무상교육 국가 지원예산 부활법(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은 매우 환영할만한 일이라 할 것이다. 교육은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적극적인 자세의 첫걸음이라 믿는다.
여기에는 2027년 12월 31일까지 고교 무상교육 예산 가운데 ‘47.5% 이내’에서 국가가 부담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19년 고교 무상교육 이후 관련 비용을 지금까지 정부와 교육청이 각각 47.5%를 부담하고, 지자체가 5%를 부담해 왔다. 이로써 교육예산의 숨통이 트이게 된 것은 매우 다행이라 할 것이다. 교육은 지방정부의 자율성과 책임성이 동시에 필요한 영역이다. 또, 사회 전체가 교육에 대한 투자야말로 가장 효과적이고 지속 가능한 복지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한다.
교육은 비용이 아니라 투자다. 그리고 투자는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보험이다. 단기성과에 급급한 정치가 아니라, 장기적 안목과 책임감 있는 예산 편성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오늘 우리가 교육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따라, 내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성숙하고 공정하며 역동적인 공동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이제 우리에게 교육재정 확보는 선택이 아니라 미래를 위한 필수라는 의식이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