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수준의 교육적 역량을 보유한 만큼 이제 세계 무대로 진출해야죠. 미국과 유럽,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교육한류의 시대를 열어야 합니다.
” 안양옥 회장은 격정적인 사람이다. 한번 작심하면 거침이 없다. 할말은 다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 보드카처럼 진하고 강하고 뒤끝 없다.
지난 3월 네델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국제교직정상회담에 참석하고 돌아온 안 회장은 교육 외교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는 데 정작 우리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
- 이번에 네델란드 다녀오셨죠.
“지난 3월 13, 14일 이틀 동안 암스테르담에서 국제교직정상회담이 열렸어요. OECD 회원국 교육장관과 교육단체 대표들이 모여 주요 교육현안에 대해 의견을 조율하고 국제적 입장을 밝히는 자리죠. 교육복지 개선을 통해 교원의 질을 향상시키자는 목적을 가지고 출범한 조직인데 올핸 교원평가를 주제로 활발한 의견교환이 있었습니다.”
- 교원평가에 대한 국제 동향은 어떻습니까.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할이나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는 데에는 국제적으로 이견이 없었어요. 다만 교사의 질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교사들에게 획일적인 평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적절하냐 하는 부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죠. 마치 PISA에서 학생들 학력평가 하듯 교원평가를 운영해서는 안 된다는 게 일치된 의견이었습니다.”
- 한국 대표로 참석해 발언 기회가 많았을 것 같습니다.
“ 평가를 위한 평가는 안된다고 했어요. 교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교육이고, 또 교사들이 제일 잘하는 것도 교육입니다. 교원평가는 교사의 교육활동을 뒷받침하는 도구일 뿐 목적이 될 순 없잖아요. 교사들이 힘들어 하는 것을 찾아내고 개선하기 위한 평가가 바람직한 것이죠. 또 교원평가는 평가를 하는 측이나 받는 측 모두 신뢰가 바탕이 돼야 합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이라고 말해줬습니다.”
- 이번 국제교직정상회담 성과를 꼽는다면.
“첫째 한국교원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됐습니다. 세계는 지금 한국의 교육을 주목하고 왕성한 호기심을 갖고 있어요. 특히 우리 교사들의 뛰어난 역량을 높이 평가하고 있더군요. NEA회장 같은 이는 우리 교사들의 해외진출에 아주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수학이나 과학교사들의 미국 진출은 앞으로 더 활발해질 것 같아요. 교육부 협조도 중요하겠지만 교총 역시 NEA 등과 공조를 통해 적극 추진해 나갈 생각입니다. 둘째는 우리 교육외교의 지평을 넓힌 부분입니다. 중국, 일본, 싱가폴 등이 장악하고 있는 교육외교 무대에 우리가 과감히 도전장을 낸 것입니다. 국제 교육정상회담 유치를 놓고 그들과 한 번 겨뤄볼 생각입니다. 이를 위해 교총도 올해 OECD 국가는 물론 개발도상국과의 네트워킹을 강화, 국제적 위상과 리더십을 높이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 독도 문제로 일본과 맞붙고 있는데 교육외교가 도움이 될까요?
“물론입니다. 대통령이나 총리, 장관들이 나서 격한 감정대립을 하는 것보다 교육장관이나 단체장들이 자연스럽게 접촉하면서 교육적으로 실마리를 풀어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국제 정치역학상 껄끄러운 부분이 있을텐데 교육자들끼리 우선 물꼬를 트고 대화를 시작하면 한결 부드러울 수도 있지요. 교과서 왜곡에 대한 시정이나 한국 알리기 사업도 기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 교육 한류를 강조하셨는데.
“이젠 한국교육도 세계로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교육이 갖고 있는 우수한 컨텐츠와 교사 인력을 원하는 곳이 많아요.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언어문제만 해결되면 미국이나 유럽으로 우리교사들이 진출할 길은 얼마든지 있다고 봐요. 그들은 수학, 과학교사가 모자라서 쩔쩔매잖아요. 다른 한편으로는 ODA 사업의 일환으로 동남아등 개발도상국가에 교사들을 파견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임용시험에 합격한 교사들을 1년 정도 수습기간을 두고 이들 국가에 봉사활동을 보내 국제 경험도 쌓고 국위 선양도 하는 일거양득 아니겠어요.”
- 글로벌 교총을 선언한 것도 같은 맥락인가요,
“그럼요. 올해 우리 교총의 목표는 세계 속의 한국교총, 넘버 원 한국교총을 만드는 것입니다. 아시아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나 유럽과 미국 교원단체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적극적인 국제 교원단체 활동을 통해 교총의 영향력과 위상을 높여나가는 것입니다.”
- 화제를 국내로 돌려보죠. 지난 달 교육부 업무보고가 있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솔직히 기대 반 실망 반입니다. 학생들의 꿈과 끼를 살리겠다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교육부가 핵심 브랜드로 내세운 자유학기제 등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교권에 대한 내용이 빠져있고 교원증원이나 중학교 교사 보전수당 지급 등 중요한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없어 아쉬움이 커요.”
- 자유학기제는 성공할 수 있을 까요?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을 하려면 지금과 같은 자유학기제로는 성공할 수 없다고 봐요. 학생평가 방식, 고교 입시내신 반영여부, 운영방식, 진로탐색 관련 사회적 네트워크 형성 등에서 명확한 대안이 마련돼야 합니다. 교육부는 3년 안에 전면 실시한다고 했는데 너무 성급해요. 충분한 시범운영을 거친 이후 신중하게 시행해야 혼란과 희생을 줄일 수 있는 것입니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우리 애들이 실험용 쥐냐" 라는 볼멘소리가 벌써부터 나오는데 이러면 곤란한 것 아닙니까? 초6, 중3, 고3, 2학기 등 학업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어드는 빈칸의 시기를 활용해 진로탐색 등을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자칫 사교육 학기가 되거나 놀고 먹는 공동화 학기가 되지 않도록 우리 실정에 맞는 한국형 자유학기제 모델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죠.”
- 대안이 있습니까.
“지금 우리 교육현장에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무목적형 아이들이 양산되고 있어요. 그들에게 현실적인 꿈과 기를 불어 넣어줘야 합니다. 이상적인 진로지도만 생각하는 것 같은데 실제적인 진로를 찾게 해야 합니다. 국제중학교처럼 전문계 중학교를 설립해 학생들에게 자신의 진로를 찾을 수 있는 다양한 트랙을 만들어 주는게 중요해요. 고등학교에 가서 문 이과를 나누는 것은 너무 늦어요. 의무교육 단계부터 인문교육과 직업교육으로 구분해 학생들에게 처음부터 학교를 선택하게 해야 합니다.”
- 진보진영은 핀란드식을, 박근혜정부는 아일랜드 교육모델을 강조하고 있어요.
“우리가 유럽식 본질주의 교육에 주목하는 것은 바람직한 추세입니다. 이제 우리 교육도 미국식 실용주의 대신 유럽식 본질주의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학교폭력과 같은 것들이 실제로는 실용주의 정책 실패의 산물이거든요. 지금은 모두가 교육의 본질 회복을 외치고 있잖아요. 이제부터라도 유럽 교육 전체를 파악하고 그것을 우리 교육에 어떻게 접목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찾아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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