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주요 교육공약으로 내건 자유학기제에 대한 현장의 찬반 논란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에게 평가의 부담을 없애고 진로 탐색의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는 좋지만 학력저하와 사교육 유발 우려, 실효성 문제 등으로 교육계에서는 자유학기제와 관련해 끊임없이 정책 토론회를 여는 중이다. 학교 현장과 학생들, 그리고 사교육 시장은 이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알아봤다.
◆평가 없이 어떻게 하나…학교현장 ‘고민’
“지금도 학생들이 많이 풀어져 있는데 한 번이라도 시험이 없어진다면 어떻게 지도해야 할지 우려가 크다. 시험을 줄이고 수행평가나 다른 방식의 평가 비중을 높인다고 하는데 과연 교사들이 그런 평가에 준비되어 있을까도 의문이다.”
박근혜 정부가 2015년부터 자유학기제를 점진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학교현장은 갈팡질팡하는 분위기다.
중학교 몇 학년을 대상으로, 어떻게 실시할지에 대한 기본적인 실시 방안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 자유학기제에 대한 체감은 안 되지만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다는 것.
서울 소재 중학교에 근무하고 있는 K 교사는 “사실 현장에서는 당장 시작한 새 학기에 올해 업무도 처리하기 바빠 아직 실시하지 않은 자유학기제에 대해 얘기할 여유가 없다”면서도 “실시되었을 때 평가와 지도에 대한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K 교사는 “평가를 없앤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지금도 학생들이 풀어져 있는데 시험까지 없으면 지도하는데 많이 힘들 것 같다”고 현장의 우려를 전했다.
또한, “시험을 보지 않으면 수행평가나 서술 방식의 평가를 볼 텐데 그만큼 교사가 준비되어 있을지 모르겠다. ‘이 학생은 이런 실습 활동을 잘한다’고 평가했을 때, 그게 정확한 평가가 될 수 있을까. 정형화되지 않은 기준이 없는데 학생의 성적을 공정하게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더불어 “시험을 한 번만 본다고 해도 문제다. 한 학기 시험이 한 번으로 줄었을 때 시험횟수가 줄어들 뿐, 시험 범위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시험 한 번에 한 학기 전 과정을 평가해야 하고 결국 학생들과 선생님의 부담만 커지는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 교사는 “한 학기만 진로탐색에 힘쓰기보다는 차라리 학교마다 전문 진로교사를 배치하는 등 체계적이고 꾸준하게 학생들의 진로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 소재 다른 중학교에 근무하는 A 교사는 “중학교 성적이 입시제도에 반영되는데 정권이 바뀐다고 자유학기제를 통해 평가를 없애버리면 학생들은 편할지 모르지만 학교 현장에는 큰 혼란이 오고 사교육 시장만 커질 것”이라며 우려했다.
또한, “강남 같은 곳에서는 이미 학부모 선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데 상대적으로 열악한 지역에서 진로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선생님들이 더 노력할 수밖에 없다”며 자유학기제가 실시되면 교육의 질이 일반화되지 못하고 지역별 격차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소재 중학교의 H 교장은 “서울 같은 경우 문용린 교육감의 비슷한 공약으로 교육청 차원에서 시범학교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지방은 대안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몇 학년을 대상으로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말만 무성하고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는데 어떤 대책을 세워야 할지 난감하다”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사교육시장 팽창보다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변화
자유학기제 실시와 관련 또 다른 사교육시장 팽창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학원가 반응은 오히려 미온적이다.
진로탐색이라는 큰 그림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고 이제 시작 단계라 지켜봐야 알 수 있지만 사교육 시장이 더 팽창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분위기다.
사교육 시장은 이미 커져있고 변화되는 정책에 맞춰 학원 내 맞춤형 프로그램이 생기거나 소수정예 과외 등 학원운영 형태가 변화되어 간다는 것.
대치동의 한 강사(28세)는 “엄마들은 진로탐색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는다. 입시교육에서 빠질 수 있는 시간이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정책에 맞는 다른 프로그램으로 공부를 계속할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진로탐색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다”면서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학부모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 있어 학원 입장에서는 바뀌는 정책에 맞춰 발 빠르게 정보를 수집하고 학부모에게 가이드해 주는 정도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특히 “중1 학생들을 학교에 적응시키는 한 방법이 공부하면서 시험을 보는 것인데 시험을 보지 않는다면 학생들은 공부를 왜하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면서 “만약 3학년에서 한다고 해도 3학년은 이미 입시로 넘어가서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공부에 매달릴 것”으로 봤다.
그는 “오히려 아이들 통제가 어려워져 학교 선생님들이 힘들어지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고 밝혔다.
목동에서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 모(35세)씨는 “엄마들이 원하는 건 학원처럼 방과 후 학교 수업을 더 해주면 모를까 엄마들이 받아들이는 건 시험을 안 본다 정도지 현재까지 진로탐색은 관심이 없다”면서 “주5일제 수업을 시행하고 나서 과외를 많이 하게 된 것처럼 변화에 따라서 소비자 취향이나 선택이 달라질 뿐이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 있는 시간 외에 학생들은 이미 스케줄이 다 짜여있는 상태다”며 “오히려 방과 후 학교가 영향력이 크다. 학원갈 시간에 수업을 해주기 때문에 활성화 되면 학원들이 타격이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진로탐색 기회는 필요...좋은 프로그램 운영이 관건
당사자인 학생들은 시험을 안 본다니 좋다 정도로 받아들일 뿐 아직 까지 피부에 와 닿지는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선택도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진로탐색의 기회를 준다는 데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J 중학교 A(14세) 군은 "1년 동안은 시험을 안보니까 일단 공부를 하지 않아도 돼서 좋다"면서 자기 적성에 맞는 것을 찾을 수 있다면 좋은 것"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처럼 공부해야 하는 것은 어차피 하는 것이고 1년은 진로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공부는 학원에서 하니까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Y 중학교 B(15세) 군도 "아직 까지 꿈이 없어서 1년이라는 시간을 준다면 처음에는 적응 못하고 헤맬 것 같다"면서 "1년 동안 적성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으면 좋은 시간이 될 것 같고 또 처음부터 진로나 꿈이 있는 아이들에게는 더 좋은 기회일 것 같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전했다.
K 중학교 C(16세) 양은 "고등학교 가는 것도 인문계 실업계 잘 몰라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실정이다"면서 "학교에서도 고등학교를 정하는데도 원서 빨리 내야 되고 급하게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학교를 가면 후회하는 아이들도 많다고 들었다"면서 현재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는 "그런 면에서 자유학기제를 실시해 진로탐색의 기회를 주고 자기의 적성이나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결정할 수 있는 시간과 정보를 주는 것은 미래를 결정하는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 "자유학기제 기간 동안 프로그램이 잘 되어있어 고등학교 진학은 물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하는데 급하게 결정하거나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임혜선·배원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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