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6일 정부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시행한 지 1년이 됐다. 지난해 대구 중학생 자살 사건으로 학교폭력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정부가 직접 나서 마련한 이 종합대책에 대한 현장의 평가는 엇갈리고 있다.
학교폭력을 공론화시키는데 는 효과가 있었지만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복수담임제, 체육활동 확대, 학교폭력 전수조사 등 논란이 된 정책 갈등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는 평가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1월31일부터 2월4일까지 전국 유·초·중·고·대학 교원 및 교육전문직 144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학교폭력 대책 시행 1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는 답변이 절반 이상인 57%를 차지했다. '보통(30%) 및 부정적(13%)' 평가도 43%에 달해 현장성을 반영한 지속적인 대책 보완 필요성도 여전히 확인됐다.
'대책발표 이후 학교폭력이 줄었다'고 답한 비율도 63%로 나타났다. 교원들이 '학생생활지도에서 학교폭력에 대한 관심과 노력도가 늘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78%나 됐다.
'2차례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가 현재 학교의 실상을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잘 반영하고 있다(43%)', '보통(35%)',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21%)'고 응답했다. 비록 잘 반영하고 있다는 응답률이 높으나 '보통 또는 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률을 합쳐 56%에 달하는 만큼 추후 실태조사에 있어 학교현실 반영도를 더 높이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분석된다.
박병길 교총 현장지원국장은 "종합대책 시행 1년을 거치면서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와 학교현장의 인식이 크게 높아졌지만 대책이 처방적 접근에 치우치다 보니 상대적으로 예방적 접근이 부족했다"며 "학생 예방교육 및 상담, 해결 등 담임교사의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담임교사의 학생생활지도권 강화와 상담시간의 확보 등의 여건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은 "학교 현장의 학생과 교사들은 긍정적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 절하했다.
전교조는 2012년 학교폭력심의건수(발생건수)는 늘었고 시도교육청에서 제출해 교과부에서 취합한 자료를 보면, 월평균 학교폭력 건수는 2010, 2011년도에 비해 2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총 건수에서도 2012년 상반기에만 발생한 건수가 전년도 1년간 발생한 건수와 비슷할 정도며 학교폭력신고건수의 증가와 학교폭력전수조사 실시를 감안하더라도 학교폭력이 결코 줄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교조는 "교육과정을 왜곡시키는 학교스포츠클럽 강제, 복수담임제의 졸속적 추진, 반인권적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등 교육 현장에서는 국가교육정책에 대한 불신감만 키우고 혼란만 가져왔다"면서 "정작 학교폭력으로 인한 학생들의 상처와 고통을 돌아보지 못한 채, 징계로 마무리되는 사법적 과정에만 급급한 1년이었다"고 밝혔다.
서울 소재 H고등학교의 한 학생은 "크게 달라진 건 없고 학생 입장에서 만든 제도가 아닌 것 같다"면서 "학생들간 벽이 심해서 그나마 허물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공부만하는게 아니라 학생간 교류가 있고 조화를 이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경남 소재 G 고등학교 학생도 "실질적인 변화는 모르겠는데 교육은 많이 하고 있다"면서 "필요성이 있는지는 확신을 못하겠다. 학생입장에서 정책을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전했다.
이어 "학생들이 폭력을 저지르는 게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등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거 같다"면서 "가해자도 일종의 피해자다. 사회구조의 피해자일수도 있다. 왜 그런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먼저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배원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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