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교육감 김상곤)에서 지난 달 17일 입법예고한 「경기도 각급 학교 학부모회 설치·운영에 관한 조례안」(이하 학부모회 조례)이 1월 중 법제 심의를 거쳐, 2월 중 도의회에 상정, 2월 말에 공포될 예정이다.
현재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학부모회의 학교참여 활동 지원을 위해 학부모의 권리와 의무를 체계화한 법적·제도적 기반을 마련, 교육주체로서 공공적 책임과 권한을 법제화하여 소통하는 배움 공동체 문화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 제안이유.
법안의 주요내용으로는 학부모회 설치, 명칭, 기능과 역할, 회원 구성, 임원, 학부모 총회의 의결사항, 대의원회의 의결사항, 재정지원 등을 규정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학부모회 조례가 제정·공포될 경우 학부모 참여 확대는 물론 학부모 의식과 행태 변화를 가져오고, 학교의 자율적 역량 강화가 촉진될 것”이라고 전했다.
정용택 장곡중학교 교장은 “학부모회를 꺼리던 시절은 지나갔으며, 오히려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때가 되었다”며 “학부모회를 법제화하는 것은 소수의 학부모들만의 모임에서 모든 학부모들을 교육의 주체로서 세우는 것이고, 이에 상응한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부여함으로써 보다 나은 공교육을 세우는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학부모회 조례 제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학교 운영권의 수평적 분산으로 인해 교육 책무성이 약화, 교사가 가진 교육의 전문성 침해, 집단 상호간의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것.
학부모회의 운영 등의 일이 학교의 또 다른 업무가 될 가능성이 많다는 점도 지적된다.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성향이 자신의 자녀에게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자발적으로 학부모회가 활성화되는 것은 어려운 일. 따라서 학교나 교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그 조직이 강화되고 위상이 강화되면 교사들의 업무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학교예산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자생적이고 자발적인 부분이 있으나, 현재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학교에서 학부모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학부모 자원봉사단, 학부모 동아리, 학부모 역량강화 프로그램, 아버지학교 등의 활동은 대부분 재정이 소요된다. 따라서 학부모회가 제도적으로 정착된다면 재정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학교 교육 모니터링을 포함한 학교 운영 참여의 문제는 일선 학교 경영자들에게는 예민한 문제라는 점도 지적된다. 현재 일부 지역의 경우는 학부모들의 과도한 요구로 교사들이 어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에서 학부모의 학교 교육 모니터링을 전방위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학사행정을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모니터링의 범위와 그 사용에 대한 규정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생인권조례 제정 후 나타난 양상을 보건대, 단순히 조례 하나를 만들기보다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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