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은 가해학생이 또래 그룹 안에서 지위와 힘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나타납니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주위 학생들의 행동이 학교폭력을 유지시키거나 근절시킬 수 있는 핵심 원동력이 됩니다.”
지난 8일, 한국교육개발원(원장 백순근)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와 공동으로 ‘학교폭력예방프로그램 개발과 적용’ 국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참석한 사나 허카마(Sanna Herkama) 핀란드 투르쿠 대학 선임연구원은 “학교폭력에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학급 전체가 관여하는 것”이라며 ‘키바 코울루(Kiva Koulu)’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허카마 연구원은 “또래 그룹 내에서 가해학생이 ‘잘 나가고 인기가 많은’ 학생으로 인식되는 반면, 피해학생은 주변인의 방관과 소외감이 학교폭력의 가장 부정적인 기억으로 남기 때문에 학교폭력 예방에 있어 주위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바 코울루(이하 키바 프로그램)는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방관하지 않고 적극적인 대응력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으로 학교폭력 예방 수업, 예방 수업과 연계시켜 할 수 있는 온라인 게임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쉬는 시간에도 키바 조끼를 입고 있는 교사가 배치되고 절차별 단계가 구체적으로 제시된 교사 매뉴얼이 제공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피해학생이 관심과 도움을 받고 있다고 인지하고 가해학생의 학교폭력에 대한 동기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허카마 연구원의 설명이다.
실제로 2011년 핀란드 학교의 90% 이상이 키바 프로그램에 참여한 결과 79.4%의 학교폭력이 근절되고 18.5%가 감소될 만큼 높은 효과성이 입증되기도 하였다. 피해학생 수 감소 외에도 애교심 함양 및 학업성취도 향상 등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허카마 연구원은 “학교폭력에 대한 또래 학생들의 적절한 태도와 조치는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효과적이며 필수적인 여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피해학생이 폭력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바꾸는 것보다, 주위 학생들로 하여금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간에 힘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고성혜 청소년희망재단 사무총장은 “성적과 경쟁 중심의 우리 학교 풍토와 교사의 역할과 권한 등을 고려할 때 키바 프로그램의 적용가능성은 제한적일 수 있지만 우리가 반성하고 벤치마킹해야 할 점은 분명하다”고 전했다.
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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