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우리 교육의 암담한 현실이 갈수록 점입가경이다. 이제는 그저 우려와 걱정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위기의식 팽배하다. 이는 본질은 그대로 두고 외모에만 치장해 고유의 모습은 사라지고 개성과 정체성이 없는 성형인간을 양산하는 것은 아닌지 염려스럽다. 겉만 번질거린다고 기뻐하고 환영하기에는 영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매번 우리는 교육을 말하면서 언제 미래를 향한 희망과 기대에 부풀어 설레는 감정을 달랬는지, 아니 설레고 궁금증과 호기심에 부푼 감정조차 있기나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교육에 관련된 문제와 교육 자체의 문제에 대해 얽히고설킨 상황은 이제 일상사가 되어 삼시새끼 먹고 살아가는 삶과 같은 일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과연 우리 교육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이제는 국민의 깨달음에 기반을 둔 강력한 대처와 획기적인 국민행동에 대한 요구만이 이 나라 교육을 살릴 수 있으며 국가의 운명마저 좌우할 것이란 생각이 앞선다. 이 암담한 현실은 결국 대학입시에 따른 후유증이고 부작용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변치 않는 사실이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 도전하는 N수생 규모가 20만 명을 돌파하여 25년 만에 최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종로학원이 올해 고3이 되는 학생 수와 연도별 재수생 증감 추이를 토대로 추산한 결과에 따른 것으로 2001년도 이후 최대 규모인 20만 2762명까지 늘어나 전체 응시생의 34.5%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왜냐면 의대 증원이 급증한 작년과 달리 올해는 의대 정원 감축 가능성까지 제기되는데도 N수생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직접적인 교육 문제라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육 관련 문제로 취업난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구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임금 격차가 갈수록 커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재수 삼수를 해서라도 취업에 유리한 대학 졸업장을 취득하려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미 우리 사회는 수능 성적만으로 갈 수 있는 상위권 대학 정시 모집은 이른바 ‘N수생만의 리그’가 되어 진행 중이다. 이는 2024년 서울의 주요 8개 대학 정시 합격자의 70%가 재수생인 것이 증명한다.
우리의 대입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수능은 30년 역사를 갖게 되면서 문제 유형이 정형화됨에 따라 이제 전문 입시 기관으로부터 해킹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 또한 수능은 최근 본래의 고도의 사고력 측정이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과거 학력고사식의 단순 문제풀이 식으로 변화하면서 사교육을 받을수록 유리한 상태가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로 인해 2년 후에는 일부 과목이 조정되는 이유로 N수생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 추가되고 있다.
이런 배경에서 우리 사회를 더욱 암울하게 하는 것은 요즘 재수생 종합반의 학원비는 청전부지로 치솟아 월 300만~400만 원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기타 경비가 더해지면 단 1~2개월 의 비용만으로 한 학기 대학 등록금에 육박하는 상황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제 N수생이 늘면서 사교육비 부담이 커져 부모의 재력이 결국 대학 진학과 취업을 좌우하게 되었다. 이는 연쇄작용을 일으켜 사회 진출과 결혼 및 출산도 그만큼 늦어지면서 각종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악순환으로 발전하고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한국 청년들이 좋은 대학을 나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것을 ‘황금 티켓 증후군’이라 지칭한 바 있다. 그 원인으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교육과 입시제도의 취약성에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의 특성으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현 정부의 노동개혁과 교육개혁이 표류하면서 N수생은 듣기 거북한 ‘입시 낭인’이 되었고 이들을 양산하는 우리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마냥 암울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는 21세기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정부의 강한 의지와 행동, 그리고 출세와 성공 지향에만 몰입된 교육 가치에 대한 국민의 의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현재의 대학입시 제도는 강력한 개혁만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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