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체감온도 영하 12도. 칼바람이 부는 서울 노원구 롯데 백화점앞 사거리에 “서울교육 향한 나의 사랑은 문용린 문용린이야~” 유행가 ‘무조건’을 개사한 노래가 흘러나오자 빨간 옷을 맞춰 입은 운동원들이 연신 피켓을 흔들어 댄다.
오후 5시 30분, 초겨울 어스름에 시민들 종종 걸음이 속도를 더해갈 즈음, 한 때 학원강사로 전국을 석권했던 서한샘 씨가 유세차량에 올라 먼저 찬조연설을 시작했다.
“우리 후보님은 용 龍자에 비늘 鱗을 씁니다. 그 귀하다는 용의 비늘 아닙니까. 이런 훌륭한 분이 서울교육감이 돼야합니다. 자 잊지 마세요. 문용린에 밑줄 쫙~” 한시대를 풍미했던 특유의 화법 탓에 이름 석자가 귀에 쏙 쏙 들어온다.
5시 45분, 날이 금새 어두워 졌다. 문용린 후보가 수행원들과 함께 등장했다. 자신의 이름이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길가는 시민들에게 악수를 청하며 지지를 호소한다. 문 후보가 연단 주변에 다다르자 그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이 우르르 몰려와 저마다 한마디씩 건넨다.
심각한 표정으로 귓속말을 하는가 하면 자신이 얼마나 열심히 선거운동을 하는데 몰라준다며 불만을 털어 놓기도 한다. 여기저기서 스마트폰 플래쉬가 터지고 문후보와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문 후보가 조금만 빈틈을 보여도 인사하고 명함을 주고 받는 날쌘 동작들도 흥미롭다. “모두 표밭인데 안오면 큰일 납니다” 지지자인 듯한 사람이 으름장을 놓자 문후보가 “글쎄 일정이 하두 많아 내 맘대로 할 수가 있어야지, 이시간 이후에 어디로 가는지 나도 모를 판인데...” 문후보가 웃으며 슬쩍 빼는 모습을 보인다.
5시 55분, 문후보가 유세차량 연단에 올랐다.
“학교에 냉난방 유지비가 한 푼도 없다고 합니다. 서울교육 예산이 파탄지경입니다.” 무상급식등 진보교육정책의 난맥상에 직격탄을 날린다.
“서울교육은 참담한 지경입니다. 전국 6대도시중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가장 많은 곳이 서울입니다. 공부 제일 못하는 도시가 돼 버렸습니다. 제가 교육감이 되면 전국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서울학생,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교육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문후보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운동원들이 문용린을 연호하고 지지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서민 밀집 지역에 젊은 학부모들을 겨냥, 학교폭력 근절등 생활 밀착형 공약을 쏟아냈다.
“여러분, 혁신학교, 인권조례 이거 교육의 본질이 아닙니다. 정치적 논리로 접근하는 바람에 시끄럽기만 하고 어른들 싸움에 아이들 교육만 흔들렸습니다. 저는 조용하고 안전하게 교육개혁을 추진해 나가겠습니다. 학부모가 안심할 수 있게 서울교육을 이끌어 가겠습니다. 저에게 서울교육을 맡겨 주십시오. 좋은 교육, 이름다운 교육, 행복한 교육 만들겠습니다.” 다시한번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다. 조금전 보다 더 커졌다.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문후보를 쳐다본다.
연단에서 내려온 문후보에게 한 중년 여성이 악수를 청한하지 문후보가 두손으로 덥썩 잡아 반긴다. 열심히 피켓을 흔들던 빨간 옷 운동원들이 이름을 연호하고 누군가 ‘용린이 오빠’하며 소리를 질렀다.
손가락 V자를 만들어 위 아래로 흔들던 문후보 얼굴이 ‘오빠’ 한마디에 더욱 환해졌다. 문 후보는 이날 오전 8시부터 밤 9시까지 13시간 강행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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