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仁谷 전재학
前 인천산곡남중 교장

요즘 우리 사회는 5060 세대의 퇴장을 부추기는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그 반면에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자의식이 형성된 ‘MZ세대(1981~2010년 출생자)’의 출현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대한민국 정치사 70년이 넘어서면서 MZ세대에겐 이제 보수, 진보의 구분은 별 의미가 없어졌다. 예컨대 30대의 젊은 보수당의 대표가 탄생하기도 했으며 현 보수 정부의 탄생에도 20대 청년들의 역할이 컸다.

이런 변화의 이면에는 그들이 고용절벽과 비정규직 일자리에 기대야 하는 소위 ‘88만원 세대’가 되다 보니 결혼은 꿈도 못 꾸고 여타 꿈과 희망마저 포기해야 하는 ‘N포 세대’라 불리는 아픔도 있다. 하지만 절망적인 현실을 딛고 그들은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정치와 사회의 변혁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바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는 것이다. 흔히들 ‘사람이 바뀌어야 제도가 바뀐다’고 믿고 있다. 늘 ‘그 밥에 그 나물’을 즐기는 것은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고 식상함을 고(告)한다. 이는 미래에는 ‘변화’라는 상수(常數)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거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이 문제인가? 세대교체는 외부의 압력이나 강압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묵묵히 당당하게 자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한 윗세대들이 자의적으로 아름답게 퇴장하는 것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 초중고 교육현장은 교사들이 아름다운 퇴장이 아닌 떠밀려 학교를 떠나는 현상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5060 세대의 교사들이 명예퇴직에 긴 줄을 서고 있다. 이들은 일종의 중견 내지 원로 교사로 교육계에서 한 우물을 파면서 살아 온 산증인들이다. 그래서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면 세상 경험이 풍부하고 교수법이 탁월하며 전통적인 제자 사랑까지 몸에 밴 교육전문가들이다. 그런데 그들 중 상당수가 쓸쓸히 학교를 떠나고 있다. 그것은 한 마디로 세찬 비바람에 더는 추한 꼴 겪지 않고 명예만이라도 간직한 채 떠날 결심을 단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세상의 풍파에도 굳건히 제 자리를 지키는 중견교사들이 있다.

교사 A, 정년을 1년 남기고 있지만 3학년 학급 담임을 자원하여 힘든 진학지도를 성실하게 해내고 있다.

교사 B, 역시 정년을 2년 남긴 상담교사로 특이한 정서반응을 보이는 위험군 학생들을 위해 밤낮으로 상담에 임하며 자식처럼 사랑으로 이끈다.

교사 C, 50대 후반의 비담임 교사로 수업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아 다양한 수업기법을 배워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수업을 진행하고자 모범을 보인다.

교사 D, 정년을 2년 남긴 수석 교사로 창의적인 수업의 틀(frame)을 만들고 이를 젊은 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수업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하는 등 책임을 다하고 있다.

교사 E, 50대 중후반의 교사지만 학생들을 존중하는 마음으로 교실이나 학교 어디서든 경어를 사용하여 학생들과 대화를 나눈다.

학교는 세상의 지탄을 받는 일부 교사들도 있지만 이들처럼 동료 교원과 학생, 학부모로부터 존경을 받으며 ‘노마지지(老馬之智)’의 지혜를 보여주는 스승도 있다. 이들 교사들이 머금은 인간의 향기는 만 리까지(人香萬里) 전달된다.

이들이 남기는 교육활동의 흔적은 여기저기 아름다운 무늬가 되어 누구에게나 가슴에 진한 여운과 감동을 남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하듯이 우리는 이들에게 여전히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그런데 그들이 학교 현장을 떠나고 있다.

교육은 단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만 그치지 않는다. 학생들과 더불어 바람직한 삶의 모델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 아름답게 자리를 지키는 교사들은 머리에 흰 서리가 내려도 여전히 아름답다. 그들은 자신들에게 교사의 권위를 달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성실과 봉사, 헌신을 행동으로 보여준다. 이제 2024년 갑진년(甲辰年) 새해를 맞이한다. 갈수록 비정해져 가는 우리의 학교 현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긍정의 힘과 아름다운 향기를 머금은 선생님들이 일부 학부모들의 혹독한 교사 때리기에도 불구하고 처음과 같이 끝까지 사도(師道)를 실천하여 모두의 존경을 받으며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를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