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사이에서 유행하는 ‘비밀카페’가 안전핀 없는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2년여 전부터 성행한 초등생 비밀카페는 주로 5학년~6학년 학생들이 친목을 목적으로 학기 초에 개설, 면대면으로 말하지 못한 이야기를 카페에 올려 카페 회원인 소수 학생들끼리 사실을 공유하는 등 소수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는 매개체 성격을 지녔지만 최근 특정인을 흉보는 뒷담화 장소로 전락하고 있다.
특히 비밀카페에 털어놨던 비밀이 학급 내 폭로되거나 새어나오면서 해당학생이 괴로움을 호소, 학교폭력자치위원회까지 소집되는 등 일종의 학교폭력 양상으로 이어지고 있어 초등생의 커뮤니티 이용에 대한 교육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 A초등학교 5학년 담임교사는 지난 5월 중순경 여학생 둘이 싸운 이후 한 여학생의 소문이 도는 것을 이상하게 여기고 해당 학생을 불러 사안을 확인하던 중 담임교사도 모르는 ‘학급 비밀카페’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K교사는 “친구들끼리 친목을 강화하려고 비밀카페를 개설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특정 친구를 흉보는 글이 올라왔고, 이후에는 교사, 부모 등 가릴 것 없이 비밀이라는 명목 하에 걷잡을 수 없이 글이 올라오면서 비밀카페가 뒷담화로 전락했다”고 정황을 설명했다.
특히 비밀카페는 서로의 비밀을 나누는 행위가 오히려 유대감 강화로 작용하면서 학생들에게 비밀카페가 갖는 비밀스러움이 뒷담화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서울 T초등학교 교사는 “비밀카페는 학생들만 모였기 때문에 잘못된 방향을 중재해 줄 역할이 없다는 게 문제”라며 “누군가의 뒷이야기를 비밀에 부친 비밀카페는 언제든 폭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시한폭탄과 같다”고 말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인재 박사는 “초등생 5~6학년에게는 성적과 이성친구가 최대의 화두인데다 사춘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공유하는 비밀스러움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누군가에게 오픈된 비밀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라는 사실과 뒷담화로서의 비밀이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부메랑이 된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쳐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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