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해로운 수치심에 관하여
일찍이 유명한 심리학자 스캇 팩(M. Scott Peck)은 ‘신경증과 성격장애’라는 자신의 저서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해 놓았다.
“신경증이란 일상생활에서 너무 많은 책임을 것이고, 성격장애는 일상생활 속에서 자기가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신경증이 있는 사람들은 세상의 어려움과 문제가 자신에게 있다고 여기고, 성격장애의 사람들은 자신의 문제가 세상 탓이라고 돌려 버린다”
위의 내용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신경증과 성격장애를 조금씩 다 가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삶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커다란 문제 중의 하나는 아마 책임을 분명히 하고, 해결하면서 사는 문제일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자신의 삶에 진실하게 임하며, 사랑하며 매일 자신을 단련하고 건강하게 가꾸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자기 자신을 현실적으로 책임질 줄 알아야 하며, 책임에 따르는 고통과 어려움을 기꺼이 감수하는 의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건강한 수치심을 지닌 사람은 이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해로운 수치심을 지닌 사람은 이렇게 하는 것이 참으로 어렵게 느껴지면서 이제 심리적인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1) 해로운 수치심―신경증 증후군으로서의 수치심
일반적으로 해로운 수치심을 느끼는 사람들은 내면에서 심리적으로 자신을 묶으면서 자기 스스로 인간으로서 못나고 형편없는 가치 없는 존재로서 인식하기 시작하게 된다. 그러면서 감정적으로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는 것을 거부하기 시작한다. 해로운 수치심은 다르게 표현하면 자신의 일상의 행동에 관한 느낌이 아닌 존재에 관한 느낌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해로운 수치심은 자신의 존재에 대하여 무가치감을 가져다주게 된다.
존재에 관한 느낌은 자기 자신에 대한 느낌이다. 내면에서 일어나는 해로운 수치심은 이것을 가진 사람들에게 끊임없는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하면서, 자기 자신을 서서히 파괴시킨다. 너무나도 마음속에 큰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되어 그들은 자신을 믿지 못하며, 스스로를 가치 없게 여긴다. 어떻게 보면 해로운 수치심은 영혼의 질병과 같으며 자신을 부인하도록 만든다.
해로운 수치심은 어떻게 발생하고 확대되는 것일까? 해로운 수치심에 대한 느낌은 이러한 수치심 이전에 이미 다른 수치심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해 보면, 사람들이 죄책감과 상처와 두려움을 가지려면 이미 그 이전에 해로운 수치심을 먼저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은 뜻으로 해석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해로운 수치심을 가진 사람들은 고독하고 아주 외로운 느낌을 가지게 되며, 종종 자기 스스로 너무나 공허하다는 느낌에 사로잡혀 어쩔 줄을 모르게 된다. 종종 해로운 수치심은 죄책감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2) 수치심의 내면화―자신의 정체성으로서의 수치심
일반적으로 인간의 감정은 어떤 감정이든지 내면화 될 수 있다. 여기서 내면화란 여러 감정 중에서 특정한 상황에서 감정의 기능이 멈추어 서서 아예 자신의 성격의 특징으로 굳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것들의 예를 든다면 우리 주변 사람 중에서 특히 ‘늘 화만 내거나 인상을 쓰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나 ‘늘 얼굴에 슬픔표정을 달고 다니는 사람’ 등의 개인적인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에는 그들은 특정한 감정이 이제는 그 사람의 정체성 즉 성격의 핵심이 된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화를 내거나 슬퍼할 때는 이미 그들이 화가 났거나 슬퍼한다고 여길 수 없는데 이는 그들이 이미 화, 슬픔 자체이기 때문이다. 수치심이 내면화 하는 과정을 3가지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수치심이 내재된 사람에게 양육을 받아 수치심을 학습하며 자신과 동일시하여 나중에는 그 사람과 마찬가지의 심리적 상황이 된 경우
*어릴 적에 버림받고 학대받은 충격으로 인하여 감정과 욕구, 그리고 동기가 수치심에 묶여 있는 경우
*자신의 내면 속에서 수치심이 드는 기억들이 내면화 되어 속에서 계속 악순환으로 작용하는 경우
위의 3가지 경우에는 감정이 내면화 되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많은 심리적 과정이 개입되어 결국 수치심은 반복되고 강화되면 심리적인 경험으로 인하여 자신의 내면에 더욱 단단하게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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