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검사를 앞둔 초등학교 담임교사들은 아동정서발달검사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오히려 멀쩡한 학생을 우울증 환자로 둔갑시키는 검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1차검사도구 CPSQ(아동정서행동발달검사지)를 학부모에게 보내 정상군과 관심군을 분류한 후 주의군을 선별하기 위해 2차검사를 실시한 서울 노원구 S초등학교는 K담임교사는 “2차검사도구 CDI(우울-학생)는 우울증이라는 가정 하에 진행되는 검사로밖에 안 보인다”며 “이러한 검사지로 검사를 받으면 멀쩡한 학생도 한순간 우울증, 조울증 환자로 둔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담임교사의 학급은 이번 1차검사도구에서 20명 학생 중 15명이 2차검사 대상으로 선별됐다.
아동정서발달검사가 오히려 학생을 우울증 환자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이 같은 우려는 2차 검사지 문항이 초등학생에게 부적합하다는 현장의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차 검사지 9번 문항 ‘나는 자살을 생각하지 않는다(0점)/ 나는 자살에 대하여 생각은 하지만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다(1점)/ 나는 자살하고 싶다(2점)가 대표적인 논란거리. 1번 문항 ‘나는 가끔 슬프다(0점)/ 나는 자주 슬프다(1점)/ 나는 항상 슬프다(2점)’과 7번 문항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한다(0점)/ 나는 나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1점), 나는 나 자신을 미워한다(2점) 등은 문항이 애매모호해 학생들이 단번에 이해하기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서울 강남구 U초등학교 K교사는 “검사지 문항을 읽으면서 담임교사도 학부모도 살벌했다”며 “1~2학년 같은 저학년들이 읽기에는 부적합하고 단번에 이해되지 않는 문항이 1번, 7번, 9번 등 앞부분에 대거 배치돼 있어 검사의 신뢰도가 의심된다”고 꼬집었다.
문제는 이러한 문항으로 2차 검사에서 선별된 주의군이 과연 진짜 주의군일 수 있냐는 점이다. 상대적으로 어린 초등학생이 애매모호한 문항을 순간적인 판단으로 체크하는 점을 감안할 때 2차검사의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K교사 “이런 검사지로 우울증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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