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가 결국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대구지방법원은 지난 17일 문명고 학부모 5명이 경북교육감을 상대로 제기한 '연구학교 지정처분 효력정지' 신청에 대해 "연구학교 지정처분 취소 소송의 판결 확정일까지 그 효력·후속절차의 집행을 정지한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로 지정됐던 경북 경산의 문명고마저 국정 교과서를 주교재로 활용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정부가 제작하는 국정교과서를 이번 학기부터 쓰는 학교가 1곳도 없게 된 것이다. 교육부가 연구학교 신청이 저조하자 국정 교과서를 보조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렇지만 이 역시 성과는 별로 없다. 보조교재 사용을 희망한 학교조차도 전국의 각급 학교 가운데 1%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뒤늦게 보조교재 사용방침을 취소하는 학교도 나오고 있다. 사실오류가 끊임없이 제기된 데다 편향성 논란까지 겹침에 따라 일선 학교현장에서 완전히 외면당한 셈이다.
박근혜 정부가 숱한 논란 가운데서도 강행한 국정교과서 제작은 실패작이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2015년 11월 국정교과서에 관한 고시가 발표된 이후 교육계에 이 문제를 둘러싸고 공연한 갈등과 소모적인 다툼만 남겼다. 뒤늦게 보조교재 사용 등의 편법을 동원하지만, 구차하기 이를 데 없다. 오는 5월 대통령선거로 새정부가 출범하면 이마저 설 땅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야당이 추진해 온 역사교과서의 국정 발행을 금지하는 '역사교과용 도서 다양성 보장에 대한 특별법'(국정교과서 금지법)이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서 통과되면 국정교과서 발간은 원천 금지된다.
그 사이 적지 않은 국고만 낭비된 셈이다. 보다 유익하게 사용되었을 교육예산이 엉뚱한 곳에 허비된 셈이다. 교육부는 국정교과서 정책이 실패로 끝났음을 깨끗하게 인정하고 향후에는 아까운 국민의 혈세를 함부로 쓰지 않겠다고 대국민 선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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