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완벽한 보호를 받았다고 가정한다면
방학이 다가와서 그런지 상담 의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진로 때문에 고민 상담하는 아이, 학교폭력으로 전학을 고민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중학생인 대원이는 담임선생님이 직접 상담 의뢰한 아이입니다. 친구들을 자주 괴롭히고 있었는데 조금 좋아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상담실에 들어오는 대원이는 눈에 날카로운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거칠어 보이는 아이를 자리에 앉게 한 다음 음료와 초코파이를 줬습니다.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팔을 내밀며 팔씨름을 한번 해보자 했습니다. 슬그머니 손을 잡으면서 자기는 운동을 했지만 손힘이 약하다며 엄살을 부렸습니다. 오른손 왼손 바꾸어 가면서 팔씨름을 하는 동안 거칠어 보였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대원이에게 자서전 쓰는 시간을 한 번 가져보자 했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다고 가정했습니다. 어린 시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해 보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망설이다가 말을 시작했습니다. 어린 시절엔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했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은 엄마에게 혼난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엔 애들한테 괴롭힘을 당하고, 고학년에 올라와 태권도를 배워 아이들을 때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학교 1, 2학년 때는 안 좋은 아이들과 다니면서 담배, 술을 배웠다 했습니다. 그래도 3학년에 올라와서 부터는 운동에 다시 집중하며 싸우는 것을 멈추고 반성을 하게 되었다 합니다.
이야기를 하고 난 후 기분이 어떤지 물었습니다. 개운하다 합니다. 살면서 가장 좋은 느낌이 들었던 때에 대해 물었습니다. 태권도 대회 나갔을 때, 처음 알바 하여 엄마 용돈 드렸을 때가 가장 좋았다 합니다. 반대로 답답한 적에 대해 물었습니다. 운동하다 부상당했을 때, 사고 쳐서 부모님이 학교에 불려 왔을 때 가장 힘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답답했던 기억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을 하나 선택하여 ‘나는 비록’이라는 문장을 가지고 감정 조절 연습을 했습니다. ‘나는 비록 중학교 때 사고 쳐서 엄마에게 죄송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나를 온전히 마음속 깊이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을 만들고 반복해 읽었습니다. 그리고 느낌을 쓰게 했습니다. 엄마는 내가 사고를 쳐 혼내시기는 하였지만 감싸주기도 하셨으며, 형은 어릴 때부터 가장 노릇을 하며 나를 많이 도와주어 고맙다고 했습니다.
대원이의 꿈은 직업군인이 되는 것입니다. 꿈을 이뤄 부모님께 효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상담을 마치면서 다시 한 번 “대원아 네가 어린 시절로 돌아가 완벽한 보호를 받았다고 가정하고 원하는 일은 무엇이니” 물었습니다.
얼굴을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가정이 화목하고 가족과 놀러 가고 싶고, 아빠랑 목욕탕을 가고 운동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랬다면 나쁜 길로 안 빠지고 조금이라고 공부를 하면서 운동을 했을 것 같다 했습니다.
가상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이의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됐으며, 한편으로 가슴이 먹먹해졌습니다. 나는 아이를 보내고 운동장 벤치에 한참을 앉아 있었습니다. ‘가장이 확고한 가족 속에는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든 평화가 깃들인다’는 괴테의 말이 생각났습니다.
◆ 이렇게 합니다
1. 가족 모두가 평화로운 가정을 위해 필요한 것 5가지를 적어 봅니다.
2. 반대로 피해야 할 요소 5가지도 적습니다.
- 각각 5가지 중에 꼭 지킬 수 있는 것 3가지를 정해 봅니다.
- 가족회의를 통해 적어 봅니다.
3. 큰 종이에 각각 3가지를 크게 적어 놓습니다.
- 그리고 정해진 것을 지키기 위한 자신의 역할을 써 봅니다.
(잔소리하지 않기, 대꾸하지 않기, 게임 시간 지키기 등)
4. 쓴 내용을 거실에 붙여 놓고 각자 서명을 합니다.
◆ 주의사항
이 활동에서 주의 해야 할 사항은 아이들이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약속을 정한 후에 주 1회 정도 실천 여부를 확인하면서 가족 회의를 갖도록 합니다. 시간은 30분, 장소는 조용한 곳, 대상은 가족 단위 누구나 가능합니다.
방승호
사회복지학 박사
한국모험상담나눔센터
「기적의 모험놀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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