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갑 서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 교장
뉴미디어콘텐츠 분야 마이스터고인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교장 장병갑)는 연중 역동적인 나날들이다. 각종 교육활동과 전교직원들의 학교생활이 늘 다이나믹한 삶이다. 장병갑 교장은 이런 직장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 “미림의 이노베이션은 마침표도 쉼표도 없다.”라는 구절을 특히 좋아한다. 끊임없는 혁신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본지에서 그 현장을 찾아 갔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등학교(이하 미림)의 교육목표는 곧바로 마이스터고 교육목표다. 사람 됨됨이가 반듯한 전공분야 실무능력이 뛰어난 여성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미림은 마이스터 분야인 뉴미디어 콘텐츠 제작의 영마이스터를 육성하는 것이다. 즉 뉴미디어콘텐츠 분야 SW 엔지니어라 할 수 있는 전문 프로그래머와 UI/UX 디자이너를 육성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인성과 실무능력을 겸비한 여성 IT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모든 교육과정은 인성과 실력 이 두 가지로 초점이 모아져 있다.
사람 됨됨이 반듯하게 하는 인성교육 시스템
교육목표를 이루기 위한 제도나 시스템이 확고하다. 첫 번째 목표인 사람 됨됨이를 반듯하게 하는 인성교육을 위한 시스템이 있다. 모든 선생님께서 교과지도시간이나 생활지도 시간에 인성교육을 하는 것은 기본이다. 어느 학교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림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인성교육을 정례화하여 운영하고 있다. 영어로 CCSP(Creative Challenge Spirit Program)라고 표현하고 있는 창의·도전·인성교육프로그램이 그것이다. 정규교육과정으로 편성, 모든 선생님들이 매주 월요일 7교시 인성교육을 실시한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와 인실련(인성교육범국민실천연합)으로부터 인성교육 우수프로그램으로 인증을 받아 지속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올바른 삶의 필수 요건인 인성교육이지만 특히 졸업과 동시에 직장에서 근무해야 할 우리학생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것이 인성교육이다.
두 번째 교육 목표인 실무능력 향상을 위한 시스템은 더더욱 빈틈이 없다. 정규교육과정이 실무위주로 구성되어 있음은 기본이다. 방과후 교육과정에서는 산학겸임교사와 산업체 우수강사를 학교로 초빙해서 현장의 실무전문가 선생님으로부터 밤 열시가 가깝도록 공부하고 있다. 수요일 하루는 리서치데이로 정해서 무학년제 전공분야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각 동아리마다 운영비를 지원하고 필요한 외부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특강을 들으며 지도받도록 하고 있다.
효율적인 학습을 위해 반드시 결과물을 제작 제출하게 함으로써 학습의 효과를 높이고 있다. 그러한 작품들은 외부 각 종 경진대회에 출품하게 하여 수상의 기회도 갖게 해준다. 이것은 학습동기 부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학기별로 추진되는 모바일취업박람회(1학기)와 미림인재포럼(2학기)에서 작품전시회를 개최한다. 이 모든 것이 취업과 연계되어 취업률 향상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기업이 실망하지 않는 인재를 육성 공급하는 것이 두 번째 교육목표 달성의 잣대다.
이에 더하여 글로벌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영국의 대표적인 직업전문대학인 WKC(Westminster Kingsway College)와 공동으로 주관하는 ‘글로벌 해외인턴십 프로그램’은 본교의 자랑거리이다. 이는 단순한 어학연수가 아니라 글로벌 기업에 취업이 가능한 프로젝트 기반의 인턴십 프로그램으로서 1년간 진행된다. 구체적으로는 ‘WKC와의 공동자격인증제 운영’, ‘NCS 기반의 실무중심 프로젝트 수행’, ‘영국직업자격증 BTEC Level 3 취득’ 등의 특징이 있다. 이 외에도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하는 개발도상국 여성지도자 연수를 매년 지원하고 있고, 일본, 싱가포르, 중국 등 다양한 해외 체험 연수를 통해 학생들을 글로벌 리더로 양성하고 있다.
실무 위주로 편성된 맞춤식 교육
마이스터고의 영마이스터교육은 소수정예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다. 우선 한 학급의 정원이 20명이다. 이 인원들도 과정에 따라 또 수준별로 또는 세부 전공별로 맞춤식 교육과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반학교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교육과정의 운영이다.
교육과정 전반이 실무교육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 전공분야 과목들은 산업현장의 전문가들이 졸업과 동시에 업무에 투입이 되어도 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실무능력 인재로 지도하고 있다. 인문교과의 경우도 소통능력과 프리젠테이션 능력 함양, 외국어(영어,일어,중국어)도 실무위주의 실용언어를 중심으로 지도하고 있다.
지도교사진의 탁월한 구성이다. 미림여자정보과학고 전공교사들 모두가 IT 전공으로 산업체 경력을 겸비한 선생님들이 대부분이다. 더구나 최근 산업계의 경향과 최신 흐름을 교육하기위해 산학겸임교사와 산업체우수강사를 연인원 30여명이 넘는 현장실무 전문가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점도 타 학교에서는 보기 드문 교사진의 구성 운영이라 할 수 있다. 실무능력 교육에 필수적인 사항이라 하겠다.
학교교육활동 정보 학부모와 공유
마이스터고란 특성화고 중 특목고이기 때문에 일반 특성화고 보다는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학교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학교 교육과정 운영과 학교경영에 조금도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매우 협조적이다. 이를 위해 미림여자정보과학고에서는 학교교육활동에 대한 모든 정보를 학부모와 공유하고 있다. 또한 외부 상담 전문가와 진행하는 학부모들의 진로지도 및 상담 지도 프로그램도 학교교육활동에 대한 학부모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데 효과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고 매주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진행하는 학부모를 위한 미술치료 프로그램도 매우 인기 있는 과정이다.
이 밖에도 학교 각종 행사에 학부모들을 초청한다. 취업박람회, 기숙사개방의 날, 미림인재포럼, 미림콘서트, 체육대회, 공개수업주일, 식당운영 점검 및 배식 참관 등 각종 교육활동에 참여의 기회를 적극 부여하고 독려하는 것도 빠뜨리지 않는다. 학교교육과정을 학부모들께 항상 개방되어 있다는 것을 적극 홍보함으로써 학부모님들이 보다 쉽게 학교 교육활동에 참여하도록 하고 있다.
문화 창조하고 유행 이끄는 것
미림은 무엇보다 전교직원이 일심동체로 교육활동에 전념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념을 달리하는 교원단체로 인한 전력손실이 없다는 것이 큰 힘이다. 두 번째로 학생들 입장에서는 청소년들의 유행을 따라가는 문화가 아니라 오히려 문화를 창조하고 유행을 이끌어 가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고 있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여고생들이 끝도 없이 짧아지는 스커트가 유행해도 미림의 학생들은 무릎 아래까지 내려가는 치마를 거리낌 없이 입고 다닌다. 처음엔 패션도 모르는 아이들로 여겨질까 봐 잠깐은 고민하기도 했지만 유행을 선도하는 창의적인 여성으로 자부심을 갖고 살아가고 있다. 세상 사람들이 의아스럽게 여겨도 늠름하게 활보하는 우리 학생들은 또 하나의 미림의 전통이 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전국 42개의 마이스터고 중 유일한 여고이면서 마이스터 분야도 S/W 개발 분야라는 점이다. SW는 21세기 우리나라를 이끌 신성장동력이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은 전공분야를 소화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는 우수한 인재라는 점이다. 학생들은 모두 입학전형에서 본인의 소질과 적성을 테스트를 받고 입학한다. 적성에 맞지 않는 분야를 공부해서 마이스터가 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래서 미림의 학생들 모두는 자신에 대한 프라이드가 어느 학교 학생들보다도 더 높다.
장병갑 교장과의 1문 1답
교직에 입문하게 된 동기는.
저의 학창시절 꿈은 교직이 아니었다. 어머니께서는 선생님이 되라고 늘 말씀하셨다. 그렇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까지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준비했다. 신문기자가 되는 길이었다. 욕심만 부리지 않았다면 어느 지방 주재 기자로 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길로 가지 않았던 것을 후회한 적이 없다. 나의 학창시절 꿈을 접고 시작한 교직이 내게 잘 맞는다는 사실을 첫 번째 제자들을 졸업시키면서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가르치고 공부한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줄은 미처 몰랐었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교직이 너무나 좋다. 이 길을 택한 것에 감사를 드린다.
교장선생님의 교육철학은.
교육철학이라고까지 할 것은 없지만 내 삶의 소망을 이루는 교육을 어린 학생들에게도 심어주고 싶다.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더 좋은 세상이 만들어지기를 꿈꾸고 있다.
해마다 연초에 전교사를 대상으로 학교장 정책비전 연수를 실시한다. 선생님들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않으면 학교장의 교육철학을 실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책비전 연수는 일종의 정신교육이요 한 해 동안의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나하나 꽃피어’-‘통즉불통(通卽不痛 不通卽痛)’-‘화이부동(和而不同)’-‘수기안인(修己安人)’-‘반구저신(反求諸身)’ 등 매년 모토를 정해 선생님들의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사람 됨됨이가 반듯한 사람으로 키우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를 늘 고민한다. 그리고 답을 얻은 것이 독서다. 책을 통해 사람의 품성을 다듬어 갈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학생들은 재학 중 100권의 책을 의무적으로 읽고 독서포트폴리오를 제작하도록 되어 있다. 나 스스로도 독서를 즐긴다. 1년 52주 지금도 평균 주당 한권 이상의 책을 읽고 있다. 그 읽은 책을 우리 선생님들께 생일 선물로 드린다. 새로운 취미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우리학생들이 저마다 능력 있고 반듯한 품성의 영마이스터로 키우고 싶다. 야무지고 자생력이 강한 여성으로, 어떤 환경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는 한국인의 어머니로 성장해 주길 소망하고 있다.
교직에 재직하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흔히들 교직의 보람을 훌륭한 제자를 키운 것이라고 말한다. 나도 부인하지는 않는다. 국가를 위해 큰 일 할 수 있는 재목을 길러냈다고도 한다. 학교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국가를 위해서 열심히 일했다고도 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그 순간까지 일해 왔는가를 생각하면 다른 답이 나온다.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을 위해 그 모든 것을 해 왔다고 하면 지나친 말일까. 그것이 제자를 위하고 학교를 위하고 사회와 국가를 위하는 길이 되었다고 순서를 바꾸고 싶다. 그런 차원에서 교직생활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일은 내가 좋아하는 일 - 공부하고 책 읽고 또 제자들에게 가르쳐 일깨워 주고 하는 것 - 하면서 살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공부가 취미라는 말이 거짓이 아닌가 보다. 아마 삶이 다하는 그 날까지 그러할 것 같다.
교육계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나 교장선생님의 견해를 말씀해 주시죠.
돌아보면 짧지 않은 세월을 교육계에 몸담고 살아 왔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오직 제자를 길러낸다는 일념으로 묻혀 살았던 그 시절이 무척 그립다. 그 때도 모든 선생님들의 뜻이 항상 똑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서로 이해하고 합일점을 찾아 제자들을 잘 교육했다. 오늘날처럼 이념이 다르다고 서로 적대시하는 교육계가 몹시 안타깝다. 누구나 훌륭한 제자들을 길러내고 싶은 마음은 같을 것이다. 조금만 더 노력하고 애쓰면 상생하며 발전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믿고 있다. 적어도 교육계만큼은 이념의 장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각자 신봉하는 이념을 가지는 것은 자유지만 상호 이해하면서 교육 본질의 목표를 향해 협력하는 교육계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김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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