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 보르카는 왜 털이 없을까요?” “치킨이 됐어요” 두어평 남짓한 교실에 까르르 웃음보가 터졌다.
19일 오전 10시 40분,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다애 다문화 대안학교 한국어 수업시간. 서울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고승덕 변호사가 10여명의 학생들과 토론수업을 하고 있다.
다애 다문화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위탁형 대안학교. 다문화 가정 자녀를 비롯 학교 부적응 학생이나 유학을 포기하고 중도에 귀국한 10대 학생들을 위한 교육시설이다.
고 후보는 지난 2012년 부터 3년째 이곳에서 매주 월요일이면 두시간 씩 국어교사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가 담당한 과목은 한국어 수업. 우리말 구사 능력이 부족한 학생들에게 발음 교정은 물론 변호사 경험을 십분 살린 토론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수업 교재는 고 후보가 직접 제작한다. 이날은 영국 작가 존 버닝햄이 쓴 동화 ‘깃털없는 기러기 보르카’를 수업교재로 선택했다. 사회적 편견과 장애를 마주하는 우리들의 자세를 생각하게 해 보는 내용이다.
수업이 진행되는 동안 고 후보는 자유분방한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듯 머리위로 손바닥을 펴 오리 흉내를 내는가 하면 양팔을 펄럭이며 날개짓 하는 시범을 보이는 등 세심하게 배려했다.
“배싸기(배삯)이 뭐예요?” “꼬라(골아) 떠러져써요(떨어졌어요)”등 서툰 우리말이 터져 나올때면 웃음 띤 얼굴로 발음 하나 하나를 바로잡았다.
자칫 산만해 지기 쉬운 수업이지만 그는 침착하게 풀어갔다. ‘깃털 없는’ 이유를 질문하면서 학생들이 자연스레 장애인 문제나 환경 오염 문제와 같은 사회적 이슈에 대해 생각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련한 모습도 보여줬다.
고승덕 서울교육감 후보가 19일 다문화대안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학교 이희용 교장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정상적인 학교 생활을 하지 못해 주눅이 들어 있는 학생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고 변호사(후보)께서 오신 다음 부터 조금씩 밝아지더니 이젠 구김살을 찾아 보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교장은 “고시 3관왕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딱딱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같이 생활해 보니 학생 하나 하나 따뜻이 감싸주는 ‘훈남 선생님’이었다”며 “'고승덕의 토론수업'은 학생들 사이에 으뜸”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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