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고등학교 교육 현장에 ‘금융과 경제생활’이 융합선택과목으로 추가된다. 청소년 때부터 저축‧보험‧투자 등 금융에 친숙해지도록 해, 금융이해 부족으로 불법사금융이나 금융사기 피해자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올해 고등학교별로 이 과목을 선택하면 내년에 해당 학교의 2학년 학생은 배울 수 있다.
‘금융과 경제생활’ 교과서 4종을 보면, 이 과목은 크게 △행복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 △수입과 지출 △저축과 투자 △신용과 위험관리 등 4개 단원으로 구성된다.
‘행복하고 안전한 금융 생활’에는 금융과 돈이란 무엇인지, 환율·물가·금리 등이 어떻게 우리의 금융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가르친다. ‘수입과 지출’에서는 지불 수단에는 무엇이 있는지, 재무 목표와 예산은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저축과 투자’에서는 예·적금부터 채권·펀드 등 구체적인 투자 상품의 개념을, ‘신용과 위험관리’에선 개인의 신용평점이 중요한 이유와 보험·연금 등 노후에 대비할 수 있는 수단을 소개한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금융 환경을 고려한 것이 특징이다. 합리적 소비를 설명하는 대목에서 사회적 가치를 고려하는 윤리적 소비를 소개한 대목 등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천재교육 교과서는 “구매력을 현명하게 사용하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윤리적 소비, 공정 무역, 불매 운동, 사회적 기업 등을 다뤘다. 이오미디어 교과서는 안전할 권리, 알 권리 등 소비자기본법에 명시된 소비자의 8가지 권리를 소개했다. 핀테크, 가상자산 등도 공통으로 소개됐고, 교학사 교과서는 지난 2023년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를 예시로 들어 예금자보호와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을 설명했다. 금융감독원은 “올해 여름방학부터 해당 과목 담당 교사의 연수 등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교육의 중요성은 전 세계적으로 강조되고 있다. 지난 2023년 유럽연합(EU)은 경제협력기구(OECD)와 함께 어린이·청소년 대상 ‘금융 역량’ 프레임워크를 마련한 바 있다. 어릴 때부터 돈과 금융에 쉽게 노출되는 만큼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이 프레임워크에서도 디지털, 지속가능성 등을 강조한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것과 디지털 금융역량이 있다는 것은 다른 만큼 온라인을 통한 사기 등에 속지 않고, 어릴 때부터 구매 행동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와 연관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나아가 납세 등 시민으로서의 책임감과 자영업·창업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 역시 성인이 되기 전부터 알아야 할 금융 역량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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