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한국 교육계 최고의 파워엘리트는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다. 대학교수, 교육부장관, 교육감등 교육계 그랜드 슬램을 달성, 성가를 높인 그는 명실공히 박근혜정부의 교육 멘토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공정택, 곽노현 등 두명의 교육감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면서 혼돈에 빠졌던 서울교육은 그의 등장으로 안정을 되찾았다. ‘행복도 습관’이라는 문교육감의 행복교육론은 학교 현장에 긍정의 에너지로 작용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교육감 재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후 10개월 지난 지금, 서울교육은 어떻게 달라지고 있을까. 서울시 교육위원을 지낸 윤웅섭 서울교육발전자문위원장과 함께 지난 10월 23일 문용린 교육감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 취임하신지 10달이 지났습니다. 정말 쉼 없이 달려오신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소회를 밝혀 주시죠.
“한 10개월 되니까 심정적으로 조금 내부 파악이 된 거 같고 밖에서도 교육감에 대한 기대가 이런 거구나 하는 것을 알아가는 단계라고나 할까요. 교육청 조직이라는 게 이렇게 돌아가고 전문직과 일반직들이 어떤 생각으로 움직이는지 그들의 생리를 조금씩 깨달아 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 교육감 10달… 학생들이 행복한 교육 이루고 싶어
-문용린 교육감 하면 이제 행복교육이란 단어가 쉽게 떠오릅니다. 문용린 표 행복교육이 우리 교육현장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입니까?
“늘상 하는 말이지만 과거 우리교육은 ‘고진감래형 교육’으로서 미래의 성공과 출세를 위해서는 유?초?중?고 시절의 행복은 포기하고 그저 공부에만 전념하기를 강요한 게 사실이잖아요. 행복교육은 이러한 과거 교육으로는 더 이상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없다는 절박감에서 나온 것입니다. 저는 여기에 두 가지 큰 목표를 두고 있는데 첫째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것이고 두 번째는 ‘행복능력을 가르치자’는 것입니다. 행복도 능력이고 습관인 거죠. 어릴 때부터 가르쳐야 행복한 삶을 이끌어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학생이 행복해야 선생님이 행복하고, 학부모가 행복한 것 아니겠어요.”
- 독서교육 활성화를 통해 일선학교에 교육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독서교육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이는 데요.
“그렇게 칭찬해주시니 독서 교육정책이 힘을 받는 것 같아 감사드립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교육청은 행복독서버스 뿐만이 아니라 테마독서기행 및 사제동행 독서동아리 지원 등 학교의 독서교육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또 11월 말에는 “서울행복독서교육지원센터”를 개관할 예정이고, 여기에서 학교의 독서교육프로그램 지원, 학부모를 위한 연수, 교사 및 독서동아리를 위한 다양한 세미나 등도 기획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이런 다양한 지원 활동으로 독서교육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해가 될 거라고 믿고 있습니다.“
◆ 2014년부터 1학기엔 진로탐색, 2학기는 자유학기제 시행
-서울교육청이 추진하는 중1 진로탐색제는 교육부의 자유학기제와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굳이 별개로 추진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 자유학기제는 기간이 한 학기이지만 집중학년제는 1년 과정이고, 자유학기제는 한 학기 동안 지필고사가 없지만, 집중학년제는 기말고사 지필평가만 실시하기 때문에 한 학기에 1회의 시험을 보게 되죠.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두 정책 모두 학생의 시험부담을 완화하여 자신의 꿈과 끼를 탐색하는 기회를 갖도록 해주자는 겁니다. 2014년부터는 집중학년제와 자유학기제를 연계해 1학년 1학기는 자기이해 기반의 진로탐색 기초학기를, 2학기에는 자유학기제를 통한 진로탐색 집중학기로 운영하는 정책연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 인사가 만사라고 합니다. 교육감 취임 이후 몇 차례 인사를 단행했는데 어떤 원칙을 가지고 계십니까?
“음, 저는 두 가지 일 것 같아요. 학교현장에 계시는 분들 인사를 할 때는 전보기간이나 인사 고과 등, 정해진 인사규칙 즉 매뉴얼을 존중하고 철저히 지키려고 해요. 다만 교육청에 근무하는 장학관이나 일반직 참모들은 아무래도 능력 중심이 돼야 하겠죠. 실국장이나 과장을 쓸 때는 능력중심으로 제가 발탁하고 그 다음에 팀원을 구성하는 것은 드래프트제를 활용합니다. 실국장이나 과장들이 적임자를 골라 배치하는 방식이죠. 교육청은 우리 교육계를 위해 봉사하는 조직이니까 우선은 능력이 있어야 하고 그리고 헌신성도 중요한 덕목이 되겠죠.”
◆ 학교장 잦은 전보 반대, 4년 근무 원칙 지킬 것
- 학교장 인사를 할 때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제일 중요하게 보는 것은 이분이 그 학교에서 근무기간 4년을 채웠느냐 하는 점입니다. 저는 교장선생님이 한 학교에 4년 정도는 근무해야 한다고 봐요. 2년 있다가 옮기고 3년 있다가 옮기고 그러면 되겠어요? 교장선생님들 전보 인사는 가급적 한 학교에서 재직기간이 긴 분부터 우대할 생각입니다. 또 정년퇴임으로 교장선생님이 물러난 자리에는 앞으로 4년간 계속 근무할 수 있는 분을 배치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교원인사가 지나치게 이너서클에 의존, 외부의 역량 있는 인재를 끌어들이는데 인색하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교육은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오랜 경험과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영역이잖아요. 이는 다른 분야에 비해 장기적인 안목이 바탕이 되어 끈기를 가지고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교육만의 특수성이 있다는 의미죠. 일부 문제제기도 있지만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포괄적인 열린 인사를 실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 선생님들한테 칭찬받는 교육감 되고 싶어
- 문 교육감 등장 이후 학교현장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교장선생님이나 학부모들 반응도 좋구요.
“ 제가 진짜 듣고 싶은 칭찬은 선생님들한테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 겁니다. ‘그 양반 교육감 시켜놨더니 교육을 좀 아는 것 같다’는 말을 선생님들한테 듣고 싶어요. 그런데 문제는 제가 선생님들한테 별로 인기가 없다는 거죠(웃음). 얼마나 잘하나 한번 두고 보자 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 선생님들의 마음을 열 복안이 있나요?
“ 제 생각엔 그동안 교육당국이 선생님들에게 활력과 희망을 못 줬던 것 아닌가 싶어요. 막말로 뭐 누구 하나 칭찬해 주는 이 없고 어깨 두드려 주는 사람 없으니 ‘누가 교육감이든 나하고 무슨 상관이냐 애들만 잘 가르치면 되지’ 하는 분위기가 팽배 할 수밖에 없잖아요. 교사들 사이에 ‘야, 그 양반 들어오더니 학교도 좀 좋아지고 선생 하는 것이 좀 자랑스러워 졌어’라고 느끼게 해 주는 분위기, 난 그걸 좀 하고 싶어요.”
- 유감스럽게도 보람보다 좌절을 느끼는 교사들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 교감하는 학교풍토가 만들어 져야 하는데 좀 아쉬워요.
“좋은 말씀 해주셨는데, 국어 선생님이 한분 계시다고 치자 구요. 학생들이 그냥 수업이나 하는 평범한 선생님으로 생각하고 볼 때하고, 소설가나 시인으로 등단한 선생님을 볼 때하고는 눈빛이 달라요. 예컨대 ‘우리 선생님 시인 이셔’ ‘우리 선생님 알아주는 화가야’ ‘우리 담임은 구청 자문위원 이래’ 하면 벌써 대하는 태도가 다르거든요. 저는 그렇게 만들고 싶어요.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과 우리 사회에서 일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스테이터스를 연결해 주는 작업을 하는 것이죠. 그렇게 하면 교직사회가 좀 더 활력을 얻지 않을까 생각해요.”
◆ 교원 미술대전· 음악회 이어 ‘문학지’ 창간 추진
- 구체적인 계획이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지금 교원미술대전, 교원음악대전을 준비하고 있는데 여기에 순수 문학지 하나를 창간하려고 해요. 우리 선생님들 중에는 한때 문학소년, 문학소녀였던 분들이 많아요. 지금도 습작이든 뭐든 작품 활동 하시는 분들이 많을 테구요. 아마 서울시내 전체 교원 중 2만 명 정도는 문학에 꿈을 두셨던 분들일 테고 그들 중 10%인 2천여 명은 지금도 작품을 쓰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 선생님들의 재능을 살리겠다는 겁니다. 교원들을 위한 순수 문학지를 창간한다면 교직사회는 물론 우리 문학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 아니겠어요. 제가 그걸 해보고 싶어요. 잘되면 문용린이 교육 좀 아는 사람이구나 하지 않을까요.”
[장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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