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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영어 교육 전문가 / 본지 편집위원)

모든 배움에는 순서가 있다. 순서가 흐트러지면 배움은 더뎌지고 어려워진다. 영어를 배워야 하는 아이를 키울 때,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무조건 빨리 어려운 걸 하는 게 아니다. 가장 자연스럽고 효과적인 순서를 생각하고 타이밍을 정해야 한다. 제대로 된 순서를 밟는 것은 영어 능력을 키우는데 결정적인 작용을 한다.

사람은 어떻게 언어를 습득하는지 그 순서를 보면 영어를 잘 배울 수 있는 로드맵도 그려진다. 미국의 어떤 아이가 영어를 모국어로 배워가는 예시를 들어보자.

미국에 태어난 나는 흥미롭게 주변의 말들을 듣는다. 그리고 들은 만큼 나도 소리를 흉내를 내어 본다. 6개월 정도 들은 말소리를 이제 나름대로 흉내 내지만 아무도 못 알아듣는 거 같다. mama dada 소리를 하고 좀 더 시간이 지나자 내 표현의 길이는 길어졌어도 그건 내가 들어도 재미난 소리일 뿐이다. 2년 정도 더 듣고 열심히 따라 하다보니 이제 대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내 단어 수준은 아주 낮다. 난 What을 알아듣는다. 물어볼 수도 있다. 계속 물어서 난 많은 단어와 주변에 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질문에도 진도가 있었다. Where로 누가 물으면 아기 때는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했는데, 어느덧 in, on 과 같은 걸 쓸 줄 알게 되었다. 하지만 When은 어려웠다. 그래서 한동안은 누가 When이라고 물어도 손가락으로 어딨는지를 가리키곤 했다. 내 말이 점점 늘어 When이나 How를 잘 답하게 되었을 때 난 글을 배우기 시작했다. 알파벳의 모양을 보고 그것이 가진 소리를 알게 되었다. have 나 are, there 같은 단어는 그림책을 보니 익숙해졌다. 점선 따라 그리기 같은 걸 연습한 뒤 쓰는 법도 배우기 시작했다. 알파벳을 쓰고 단어를 쓸 수 있게 된 다음에 필기체도 배웠다. 유치원 원장님은 우리 아이들은 필기체를 쓸 수 있다고 부모님들에게 자랑을 했다. 선생님이 책을 읽어주고, 그리기와 만들기도 하고, 노래와 춤도 배웠다. 우리 반에 한국에서 한 아이가 왔는데 말은 잘 안 하지만, 금방 모두 그 아이가 똑똑한 것을 알았다. 그 아이는 읽을 줄 알았고 예쁘게 쓰고 잘 그리고 계산도 빨랐고 매너도 좋았다. 표정은 착했지만 말이 없었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나자 갑자기 그 아이는 나처럼 말을 하기 시작했고 다들 그 아이가 처음부터 그랬던 것처럼 생각하게 되었다.

<다음 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