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기획위원회에서 발표한 온동네 초등돌봄에 관한 기대와 우려가 크다. 온동네 초등돌봄의 방향은 옳지만, 실행 계획이 빠져 있기 때문이다.
온동네 초등돌봄은 현재 교육청과 학교 주도로 이루어지는 돌봄체제를 지자체 중심으로 바꾸려는 것으로, 교육과 돌봄을 구분하여 안정적으로 돌봄을 제공하겠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그러나 현재 학교에 있는 수많은 돌봄교실을 대체할 공간 마련과 돌봄 인력의 운영 문제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학교나 지자체의 유휴공간을 돌봄교실로 고치고 지자체가 돌봄 인력의 운영을 전담하겠다는 정도만 논의되는 수준이다. 즉, 온동네 초등돌봄이 성공적으로 실행되려면 공간과 인력의 문제가 우선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공간과 인력의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공급 과잉 상태인 어린이집을 돌봄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이 있다. 2025년 6월 기준 어린이집은 2만 6223곳이고, 재원 영유아는 총 83만 4738명으로 집계된다.
이는 5년 전보다 40만 명 정도 감소한 수치로, 특히 0세 영아의 급감이 두드러진다. 매년 12만 명 정도를 유지하던 0세 영아가 올해 8만 명대로 줄었기 때문이다. 0세 영아 수가 현격히 줄어든 원인으로 부모급여와 육아휴직 확대로 인한 가정양육의 증가를 들 수 있다. 부모급여가 0세에 100만 원, 1세에 50만 원이 지급되고,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아이돌보미 등의 제도가 활성화하면서 기관보다 가정양육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육아휴직이나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는 직종에 따라 이용률이 다르지만, 앞으로 점점 더 확대될 것임은 분명하다.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제도적 뒷받침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가정양육은 아이의 성장과 발달을 위해 바람직한 만큼 저출생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적 장치가 강화할수록 가정양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앞으로 출생률이 반등하여 영아 수가 늘어도 어린이집 이용률이 높아질 가능성은 작다. 지금도 어린이집 충원율은 65% 정도로 정원의 2/3만 채워진 상태다. 가정어린이집의 상당수는 4~5명의 영아로 정부의 지원금에 의존하여 겨우 운영되고 있다. 앞으로 가정양육이 증가하면 어린이집 운영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것도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그러므로 어린이집에 퇴로를 열어주고 돌봄센터의 공간을 마련한다는 이중의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 어린이집을 돌봄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기존 건물을 사용하므로 새로운 건물을 찾아서 고치는 것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돌봄 인력도 기존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로 충당할 수 있다.
특히 아이는 집 근처의 돌봄센터를 이용하므로 심리적·정서적 안정감을 느끼고, 하교 후에 집 근처의 돌봄센터에서 간식을 먹고 학원에 가거나 숙제하고 놀이터에서 또래와 어울릴 수 있다. 부모는 늦게 아이를 찾아도 조바심을 느끼지 않고 편하게 아이를 맡기고 찾을 수 있다. 학교의 돌봄교실보다 집 근처의 돌봄센터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훨씬 더 안정적인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다.
온동네 초등돌봄은 늘봄학교로 일그러진 학교 기능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빠르게 시행되어야 한다. 늘봄학교가 학교를 돌봄 기관으로 전락시키기 때문이다. 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제 기능을 수행하려면 교육과 돌봄은 구분되어야 한다.
교육에 전념해야 할 교사가 돌봄 업무까지 수행하면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부모가 교사를 단지 자기 아이를 돌봐주는 사람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교사의 권위와 공교육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교사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여건이 만들어질 때 학교 교육은 정상적으로 이루어진다. 온동네 초등돌봄의 성공적 시행을 위해 어린이집을 돌봄센터로 전환하는 방안이 적극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편집자 주. 본 칼럼은 25.08.26 굿모닝충청에 게재된 기사를 저자인 김승희 광주대학교 유아교육과 교수의 허락하에 게재함을 밝힙니다. 출처 링크 https://www.goodmorningcc.com/news/articleView.html?idxno=42897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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