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항’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2019년부터 시행되면서 사회 전반의 노동환경이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지만, 학교 현장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문수 의원실을 통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분석한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갑질 신고 자료에 따르면, 교육 현장에서는 교직원 간 위계적 관계나 지위를 이용한 ‘갑질’ 및 ‘직장 내 괴롭힘’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교조는 이러한 문제가 교원의 정신 건강과 교육활동은 물론, 학생의 학습권 보장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교원지위법)」은 주로 학생·학부모로부터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호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어, 교내 권력관계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는 매우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에 전교조는 교사의 안전한 교육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 내 ‘갑질’과 ‘직장 내 괴롭힘’을 방지할 수 있는 별도의 법제화를 촉구했다.
또 정부가 제시한 「공공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가이드라인」이 운영되고 있지만, 이는 행정기관 중심의 익명 신고 제도에 기반하고 있어 학교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실제로 교사들의 갑질 신고는 대부분 실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실질적인 보호 장치로 작동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분석 결과, 갑질 신고의 절반 가까운 47.1%(1,648건)는 교장·교감 등 관리자에 대한 신고였지만, 이 가운데 갑질로 인정된 사례는 15.1%(529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84.9%(2,886건)는 기각되거나 일반 민원으로 분류돼 사실상 인정받지 못했다.
또 갑질로 인정된 529건 중 실제 징계로 이어진 사례는 214건(40.7%)뿐이었으며, 이 가운데 중징계는 65건(1.9%)에 그쳤다. 이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교사가 관리자에게 갑질을 신고하더라도 인정받기 어렵고, 인정되더라도 처벌은 미약한 실정이다.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갑질심의위원회를 구성한 곳은 서울, 부산, 광주, 전북, 경남 등 5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교육청은 내부 지침에 따라 자체적으로 사건을 처리하고 있으며, 4개 교육청은 갑질 여부만 통보하고 판단 근거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전교조는 “교사들이 관리자에게 갑질을 당하고도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오히려 학부모나 학생의 신고로 가해자로 몰리는 이중 피해가 심각하다”며 “학교 현장의 특수성을 반영한 별도의 법적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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