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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최근 2년여 사이에 이 땅의 초등학교 ‘늘봄교실’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늘봄학교’는 전임 정부의 핵심 교육 사업으로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이는 기존의 ‘방과후 학교’와 ‘돌봄교실’의 기능을 합친 것으로 관련 현직 교사들의 업무 부담과는 별개로 야간 8시 경까지 저학년 어린이들을 책임지고 돌보는 관계로 학부모들로부터 국가와 교육부, 학교, 민간단체의 종합 공동사업으로 관심이 높은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밝혀진 늘봄학교가 극우 세력과 연계한 ‘리박스쿨’의 강사진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어린이들에게 반헌법적, 반민주주의적인 왜곡된 극우 사상 주입에 우려를 금치 못한다.

‘리박스쿨’은 철저하게 이승만⋅박정희 정권을 미화하고, 친일 독재를 정당화하는 내용의 강의와 영상 콘텐츠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는 현행 교과서의 헌법에 근거해 합의된 내용조차 부정한 채 정치적으로 지극히 편향된 이념을 자체적으로 발급한 민간인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가진 소속 강사들을 통해 철저하게 어린이들의 사상을 오염시키고 왜곡시킨 것이다. 뒤늦게 이를 바라본 학부모들은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일가의 사상 주입과 다를 것이 무어냐”고 분노하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특히 미래의 새싹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기획하고 의도된 세뇌 교육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국내 한 방송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리박스쿨 강사들은 “이승만 대통령은 부정선거를 하지 않았고 ‘건국의 아버지’이며 대한민국의 광복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인맥으로 됐다”고 역사 왜곡을 주입하고 현행 교과서의 내용조차 전면 부정하고 있다. 이는 박정희 전 대통령 관련 역사 교육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대통령은 ‘경제성장의 영웅’으로 이 나라를 잘 살게 하고 민주주의를 크게 발전시켰다”는 황당한 사실을 주입하였다. 이는 일부 국가 산업화의 공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유신헌법을 만들어 국민의 정치적 권리를 억압하고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철저히 통제해 민주주의를 훼손한 역사적 사실조차 부정한 것이다. 또한 나아가 사단법인을 사칭해 타인을 기망(欺罔)해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사기죄라 아니할 수 없다.

문제는 극우 역사관을 학생들에게 전파하려는 ‘리박스쿨’의 행보가 전임 정부 들어 치밀하게 준비하여 성행해 왔다는 사실이다. 최근 이에 대한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한 교원단체는 ‘학교에 들어온 극우’ 라는 주제의 긴급 교사 토론회를 열었다. 온라인으로 긴급하게 진행된 토론회는 76명의 교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론회 참가자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 차별과 혐오를 동력으로 삼는 극우 세력을 법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법적⋅제도적 정치 마련에 공감하고 이를 위한 시민의식과 교육계의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교육은 ‘국가백년대계’이다. 특히나 우리나라처럼 교육에 의존해 국가의 성장과 발전을 크게 도모하는 경우는 교육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할 수 있다. 그런데 국가의 미래 주인공인 어린이들을 정치적으로 편향된 극우 사상과 왜곡된 역사를 주입한다는 것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명분으로 87년 이 땅의 민주화 이후 어렵게 성취한 ‘완전한 민주주의’를 ‘결함 있는 민주주의’ ‘선거 민주주의’로 퇴행시킨 것은 이 나라에서 살아갈 우리의 미래 세대들에게 지극히 불행한 일이다. 12⋅3 비상계엄으로 순식간에 무너진 ‘공든 탑’을 회복하는 데는 앞으로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인지 염려가 크다.

리박스쿨과 같은 전임 정부의 비호 아래 크게 성장한 극우 세력들을 중심으로 미래 세대 교육을 빙자한 행태를 경계하고 특히 그들이 늘봄학교 강사 모집에 가산점이 부여된 민간인 자격증을 내세워 미래의 새싹들에게 다가가 편향적이고 왜곡된 역사관을 세뇌하듯 주입해 “새로운 우리의 역사를 알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세뇌 당한 어린이들이 생겨나는 것은 결코 올바른 교육이 될 수 없으며 우리 교육이 균형과 정체성을 잃을까 우려가 앞선다. 이를 철저하게 차단하고 예방하는 단호한 조치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교육은 대한민국 헌법과 완전한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에 입각한 국가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갖춘 올바른 교육이어야 함은 재론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