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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맹수석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12.3. 계엄으로 민주헌정질서가 백척간두에 섰을 때, 국민들은 ‘빛의 혁명’으로 내란을 막아냈다. 그리고 드디어 6.3. 대선에서 국민들은 이재명 대통령을 선택했다. 이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내란 이후 극심한 경제불황과 파탄에 빠진 민생을 회복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공약하였다.
자고로 공자나 맹자는 정치란 민생을 보장하는 데서 출발한다고 하면서, 민생을 治國의 道와 직결시켰다. 이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민을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하는 것을 정치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그 으뜸으로 삼았다.
우리 헌법도 국민이 보다 나은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생존권적 기본권은 물론, 행복을 추구하면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행복추구권으로 천명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이 출범하는 이재명 정부는 무엇보다도 파탄에 빠진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챙기는데 올인하여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가의 백년대계를 책임질 교육정책에 대한 혁명적 수준의 개혁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세간에서는 갈수록 입시경쟁이 치열해지고, 급증하는 사교육비를 견디지 못해 아이를 낳기도, 기르기도 겁난다고 입을 모아 토로한다.
그런데 한 편에서는 성적제일주의로 무장한 젊은 학부모들이 ‘7세 고시’의 대열에 뛰어든 지 오래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조기교육 연령이 4세로 수직 낙하하고 있다. 인권적 측면에서 영유아 학대의 범죄 행위로 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데, ‘고시’를 위해 선행학습 시장에 내몰리는 어린아이들을 국가가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그들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답게 생활하고 성장해야 할 국민의 일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교육개혁에서 가장 시급한 정책의 우선순위를 어디에 두어야 할까. 필자는 무엇보다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매년 가슴앓이하는 대입제도를 근본적으로 손봐야 한다고 본다. 이는 현재 고3학생과 그 학부모만의 문제로 그치는 것이 아닌, 국가 차원의 문제다.
이번 내란사태 속에서 헌법파괴 행위를 ‘계몽령’이라 우기고, 명명백백한 증거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인멸하거나 부정하는 권력자들을 보면서, 혹자는 그 원인으로 성적제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입시제도를 지목하기도 한다. 오로지 단순 암기식 시험에서 고득점하여 일류대학을 나오고, ‘고시’라는 관문을 통과한 지식 보유자들이 평생 학벌 카르텔을 형성하고 그들만의 세계에서 군림할 수 있도록 해주는 시스템 속에서는, 정의와 공익을 생각하고 보편타당한 헌법적 가치를 몸에 익힌 공인을 기대하기란 연목구어와 같다.
결국 성적에 기한 학벌주의가 만연하고 맹목적인 출세지상주의가 극에 달한 상황에서는 백약이 무효이다. 주입식·암기식 위주의 대입제도로 인해 고등학교는 물론 초중등학교도 천편일률적인 선행학습이라는 트랙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로 고착화되었다.
따라서 입시지옥으로 불리는 대입제도를 전면적으로 개혁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숫자로 기재된 성적표로 대학이 결정되는 현실에서는 선행학습이 주효할 수밖에 없고, 정답 맞추기 능력으로 서열화된 대학에 들어가느냐 여부에 따라 인생이 좌우되다 보니, 젊은 학부모들은 무리해서라도 아이들을 선행학습시장에 밀어 넣을 수밖에 없다.
이처럼 학부모의 등골을 빼서 사교육시장의 배만 배불리는 악순환의 고리가 더욱 강고해지고 있는데, 더 이상 정부가 뒷짐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학생들이 급변하는 미래 사회에 능동적으로 대비하게끔 학습 내용을 이해하고 응용법을 터득하며, 다면적인 관점을 갖도록 교육과정을 개편해야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암기식 위주의 입시제도로 인해 도저히 엄두를 낼 수 없다. 그러므로 다른 무엇보다도 입시제도를 전면 손질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다음으로,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교육의 국가책임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대학진학율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고등교육의 공공성 강화는 물론, 유럽 모델처럼 대학의 무상화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급격한 출생아 감소로 초중고의 소멸을 지나 대학까지도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학령인구 급감과 학교소멸과 같은 문제에 대해 전면적인 공교육 시스템 강화라는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교육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서울대 10개 만들기’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또한 학교 현장의 민주화도 중요하다. 우선 민주시민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지난 내란사태는 물론, 대선 직전 터진 ‘리박스쿨’ 사태에서 알 수 있듯이,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극단적인 사고를 하는 특정 극우집단의 지속적이고 노골적인 만행 앞에 우리 청소년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합리적으로 사고하고 사리를 분별할 수 있는 ‘생각 근육’을 키워줌으로써 자율적으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헌법의 이념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 인권, 환경, 역사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을 즉시 개발하고, 이를 각급 학교에서 즉각 실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학교 교원에 대해 헌법이 보장하는 테두리 내에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OECD 국가 중 교원의 정당 가입 자체를 금지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현행과 같이 교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전면적인 제한은 다분히 위헌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정당 가입 허용 등 교원이 민주사회 구성원으로서 정당하게 존중받을 수 있도록 법률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
교육을 백년대계(百年大計)라고 하는 이유는 훌륭한 인재를 기르기가 매우 어렵고 오래 걸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졸속적이고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이 아니라, 백 년을 내다보는 자세로 미래의 인재상 육성이라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함은 물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해야 한다. 그러나 민생고를 가중시키는 사교육비 가중이라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이고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다행스러운 것은, 이재명 대통령이 공약한 교육정책은 매우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현 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수립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교육개혁은 출범 초기부터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 없이는 결국 실패하고 만다는 것을 역대 정부의 사례가 방증하고 있다. 따라서 입시제도와 같은 국가적 이슈에 대해서는 취임 초기부터 과감하게 개혁의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