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숭실고등학교(임동석 직무대리 교감)는 대한제국이 건국되던 1897년부터 지금까지 128년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을 겪으며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준 명사(名士)들을 배출해 왔다. 현재도 고교학점제의 전면 시행에 맞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에, 본 기자는 고등학교 현장에서 학교들이 고교학점제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 왔는지, 또 어떤 인재상을 가지고 학생을 교육하는지 여러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본교의 역사, 연혁 등 전반적인 학교의 소개
숭실은 128년 전, 1897년 평양에서 미국 북 장로교 배위량(베어드) 선교사에 의해 개교했습니다. 1901년 한옥 2층 교사를 신축하여 5년제 중학교로 운영되었으며 기숙사, 자조 사업부, 기계창을 건립하여 장학 사업을 적극 전개하였고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대강당을 건립하였습니다.
일제 통치하의 숱한 박해 속에서 기독교 교육을 기조로 한 민족 자주정신의 숭실 교육은 105인 사건, 3.1운동, 신사 참배 거부 운동 등 민족 항쟁의 선봉에서 불굴의 투지를 나타냈으며 1938년 민족의 고통을 간직한 채 스스로 문을 닫았습니다. 8.15광복을 맞이한 후 남북 분단의 현실 속에서 공산 치하에서 기독 사학을 재건할 수 없었기에 1948년 서울에서 재건하였습니다. 이후 1974년까지 서울시 용산구에서, 1975년 이후 서울시 은평구 신사동으로 교사를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저희 숭실은 진실과 거짓이 혼재된 흙탕물 같은 시대 속에서 이익에 영합하지 않고, 진짜와 가짜를 구분할 수 있는 통찰력 있는 눈을 가지고, 오로지 진실과 진리를 추구하며 교육하고 있습니다.
▲ 본교의 고교학점제 운영 현황은?
저희는 고교학점제 취지에 맞게 학습자 맞춤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교 지정 과목 38과목, 선택 과목으로 76과목을 운영하여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와 학습을 주도적으로 설계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수요자 맞춤형 교육과정 체제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상급 학교 진학에 필요한 공통과목, 필수 이수 과목 등은 학교 지정 과목으로 정하였고, 선택 과목은 학생의 진로와 전공에 따라, 또 학습자의 성취도에 따라 다양하게 과목을 수강하고 이수할 수 있는 개방형 교육과정을 편성하여 운영 중에 있습니다. 학교의 건학 이념에 진리, 인류애, 시대의 소명에 기반한 신앙교육과 인문학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며, 체육 과목을 매학기 편성하고 예술 교육을 강화하여 건강한 신체와 예술 감수성 함양을 위한 편제를 마련했습니다. 특히 본교는 수학과 과학 교육과정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성취기준에 따른 단계적 수학교육의 편제와 대학에서 자연 계열 전공을 위한 모든 핵심, 권장 과목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과정 수립을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의 수요 파악, 교과별 협의회 활성화, 교육과정, 성취 기준, 변화하는 입시 환경 등의 준비를 위한 ‘교원 학습 공동체’를 활성화하여 공동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 교원단체에서는 학생들의 출결 관리 문제가 교원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데, 본교도 학생 수가 많은 학교라 이 부분에서 애로사항이 발생하지는 않으셨는지 궁금하다.
맞습니다. 숭실고의 재학생은 1200명 정도입니다. 또 축구부가 있어 전입과 전출이 빈번합니다. 그만큼 행정 업무가 많은데, 고교학점제가 도입되고 최소성취보장지도가 실시되면서 과목별 성취 기준과 과목별 출석률이 중요해졌습니다. 출결 관리 업무에 대한 혼선과 행정업무가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지금은 나이스 시스템도 안정이 되었고, 새로운 
상황에 대한 선생님들의 집단 지성의 힘으로 어느 정도 출결 시스템이 정착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 2, 3학년처럼 담임교사에게도 교과 출결의 권한을 주는 것이 원활한 교무 학사 업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고교학점제의 대표적인 문제점 중 하나인 미이수 학생 문제와, 문체부 등의 개선 요구로 유예됐긴 했으나 학생선수 최저학력제 등 교육부는 진로가 분명한 학생들까지 학업에 압박을 주고 있다고 생각함. 이러한 교육부의 정책에 대해 선생님들의 생각과 대응을 듣고 싶다.
숭실고는 고교학점제, 특히 최소성취보장지도에 관해 TF팀을 구성하고 학교 현장에 맞는 지도 방안을 고심하고 찾은 결과 예방 지도를 활성화하여 미이수 학생 발생을 최소화하고, 그럼에도불구하고 미이수 학생이 발생했을 때에는 대면 지도와 EBS 같은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여 보충 지도(추가 학습)를 실시하여 모든 학생이 과목을 이수하여 학점을 취득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30여 명의 선생님께서 학생들 80명의 예방 지도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축구부의 경우에는 e-school 온라인 학습을 통해 최소성취보장지도를 운영 중입니다. 교육부에서 다양한 교과 개설과 최소성취보장지도를 위해 교원 확충, 업무 경감을 위한 방안을 고려해 주시고 현장에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다면 고교학점제가 좋은 취지대로 고교 현장에 잘 뿌리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 역사가 긴 학교인 만큼 자랑스러운 졸업생이 많다고 들었다. 학교가 양성하고 싶은 인재상과 함께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
숭실고의 인재상은 ‘진리를 알고, 배우고, 실천하는 숭실인’입니다.
독립운동가 조만식 선생님, 현대문학의 거장이신 황순원, 김현승, 윤동주 작가를 비롯하여 최근에도 왕성하게 활동 중이신 철학자 김형석 선배님에 이르기까지 각기 다른 영역에서 진리의 빛을 밝혀온 숭실의 동문들이 많습니다.
특히 김형석 선배님은 100세가 넘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모교를 방문하여 후배들을 위한 진심 어린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숭실 출신의 인물들이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약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말씀하시며 일렬로 줄을 세우는 교육이 아니라,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 모두가 최선의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숭실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역설하셔서 후배들에게 큰 감동을 주셨습니다.
주간교육신문 독자들께서도 저희 숭실의 교육을 주목해주시고 또한 응원해주시기를 바랍니다.
▼ 사진 1. 지난해 숭실고 김형석 동문이 모교를 찾아 학생들에게 각자의 개성과 장점을 살려 모두가 최선의 성장을 바란다는 강연을 가졌다.
▼ 사진 2. 숭실고는 설립 배경부터 기독교적인 이념 하에 건립되었으며, 100주년 기념관의 리모델링 후 학생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 사진 3. 숭실고 전경 및 학교 운동회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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